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저는 선교 사역에 애를 썼지만 실패했습니다. 주님을 섬기고자 선교지에 나갔지만 지금은 본국에서 다른 직업을 구하고 있습니다. 저의 선교 사역으로의 부르심은 극적이면서도 분명했습니다. 저는 물질적으로도 가난하고 영적으로도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에게 제 자신을 내어주며 주님을 섬기고자 가족을 데리고 부모님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곧 선교 사역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게 되었고, 낙망했으며, 제 자신에 대해서도 절망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그들에게 줄 것들이 그렇게 많았는데! 그토록 많은 것을 희생했는데! 그토록 많은 것을 잃어버렸는데! 하지만 우리는 너무도 깨닫는 것이 없네요!

이제 과거를 회상하면서, 저의 선교 경험을 정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젊은 청년이었을 때, 저는 선교사들이 어떻게 선교사로 부르심을 받았는지 간증을 나누는 한 모임에 참석 중이었습니다. 주님이 저를 세상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섬기도록 부르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곳은 선교사들이 많지 않은 곳이고, 미국의 생필품과 오락시설이 전혀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든지 간에, 제가 그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최상의 봉사는 의료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의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복음을 전해주면서 그들을 돕는 꿈을 꾸었습니다. 저는 예과의 커리큘럼도 버거워하면서 본과에 들어갔습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병원을 열고 약을 조제할 수 있다는 비전이 저를 계속 붙들어주었습니다. 모든 정력을 학업에 들이느라 당시 저희 교회 생활은 들쭉날쭉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제게 벳시를 보내주셨습니다. 저는 저의 서원과 함께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의료 선교사로 주님을 섬길 것이라는 목표를 나누었습니다. 간호사였던 벳시와 저는 비전이 서로 통했고, 또한 우리를 한 팀으로서 주님을 섬기게 하실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의대 졸업을 바로 앞두고 우리는 결혼을 했고, 우리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디든지 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미국 해변을 떠나기만을 갈망했습니다.

인턴과정을 마친 후, 저는 개인병원에 취업을 했으며, 선교사의 삶을 사는 데에 실제적인 도움을 줄 만한 몇 번의 실습 경험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벌써 세 자녀가 있었고, 일을 하면서 대학 등록금 때문에 받았던 대출금을 막 갚았습니다. 그리고 주님이 우리의 의료 기술을 사용하시길 원하시는 곳이 어디인지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선교사들을 만났고, 그들과 서신을 교환했으며, 선교회와 대화를 나누었고, 선교사가 되기 위해 준비했었던 바로 그것들을 다시금 상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개발이 전혀 안 된 나라에서 섬기도록 인도하셨습니다. 우리는 이역만리 밖의 그 나라가 의료적인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소식에 격려를 받았습니다. 아울러 친구들과 가족들도 우리를 격려했습니다. 선교사들도 우리가 나간다는 소식에 매우 감격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간소하게 짐을 꾸려 의료 기술을 가지고 선교지로 떠났습니다. 주님을 섬기고자 우리가 치러야 할 희생이 얼마나 클지 충분히 감지하고 있었음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선교지로의 여정은 해외에서 주님을 섬길 기쁨으로 가득했습니다. 때때로 우리는 주님이 인도해오시고, 준비해주시고, 격려해주시고, 모든 길에서 우리를 보호해주신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우리 자신을 거의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현지인으로부터 받게 될 환영 인사에 대한 기대는, 여기까지 오기 위해 포기한 것에 대한 만족감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곳의 선교사들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그들은 수년 동안 의료 선교사를 보내달라고 기도해왔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여기에 있습니다. 새로운 시간대에 적응하고, 다양한 생활환경들을 돌아보는 데에 며칠을 보낸 후, 우리의 물건들을 실은 작은 비행기에 올라  내륙으로 들어갔습니다. 비행기가 작은 활주로를 미끄러지듯 날아오르고, 이내 우리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해 있는 듯 보였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짐을 내리려고 하자, 이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가방이며 상자와 옷가방, 그리고 트렁크 등을 트럭에 실어 주었습니다. 사정없이 트럭이 뒤흔들리고 짐칸의 짐들이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굴러다닐 정도로 험악한 길로 서서히 접어들면서 사람들이 점점 멀어졌습니다. 한밤중이 되어서야 몇 년간 우리가 살게 될 작은 오두막에 도착했습니다. 짐을 내리자 낡은 화물용 트럭은 덜커덩 소리를 내며 오던 길을 돌아가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것입니다.

전기나 수도, 기타 편의 시설이 전혀 구비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한 우리는 곧 그런 오두막집을 살 만한 집으로 만드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첫날 사람들은 우리를 환영하는 표시로 바나나, 호박, 콩 등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항상 우리를 주목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창문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우리 집 가까이 앉아 있기도 합니다. 집 근처에 그저 서있기도 합니다. 우리가 선교 사택을 걸어 다니면 우리를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시장갈 때면 우리를 따라옵니다. 그들은 우리가 시장 본 것들을 들어주고 싶다며 졸라대곤 합니다. 선물을 달라고 조르기도 합니다. 사생활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인 벳시는 이러한 상황을 무척 어려워합니다. 우리가 깰 때면 마을 아이들이 집 앞에 와있고, 밤에 호롱불을 켤 때에도 그들은 우리를 구경하고 있습니다. 사생활이라곤 전혀 없었습니다. 몇 마디 부족어를 배우면서 우리는 평범한 사람으로 평화롭게 살고자 노력했습니다. 우리 가운데 마음의 갈등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섬기러 온 것이지, 어항(사방 어디서나 보이는 상태)에서 살고자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만의 사생활이 없었습니다.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소녀가 마을의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의 생활이나 살림살이, 그리고 우리의 습관들에 대해 떠벌리고 다녔음에 틀림없었습니다.

아침 8시에 병원문을 열면, 진료를 받기 위해 대략 75명 정도의 사람들이 와 있었습니다. 만약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6시 30분에 나가면 25명 정도밖에 없다가도 7시 30분만 되면 적어도 50명은 되었습니다. 그래서 8시에 너무 많은 환자들을 만나고 싶지 않아, 7시에는 병원에 나가보아야 하지 않나 하고 갈등했습니다. 저는 성경구절을 통역해주는 간호사의 도움으로 한 사람씩 복음을 나누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환자들을 한사람씩 몇 분씩만 진료해도 정오까지 25-30명 정도만 진료를 할 수 있었고, 점심을 먹고 돌아오면 기다리는 환자들이 어느새 175명으로 늘어나 있었습니다. 저녁 마칠 시간이 되면 당일 병원에 온 환자들 중에서 절반 정도는 진료를 받지 못한 채 있었습니다. 그들은 5㎞에서 8㎞를 걸어온 사람들로, 다음날 진료를 받으려면 새벽 훨씬 전에 집에서 출발해야만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만일 제가 주님에 대해서나 혹은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나누지 않는다면, 어쩌면 그날 온 모든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더욱 더 애쓰면 애쓸수록 이 문제는 더욱 헷갈리기만 했습니다. 저는 이 복음 전하는 일을 위해 10년 넘게 준비해왔었는데, 당시 날이 갈수록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에 대해 대화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늘어만 가는 환자들을 진료하기 위해 저는 병원을 좀 더 일찍 열기 시작했고, 점심시간을 줄였으며, 마지막 환자를 다 볼 때까지 병원 문을 닫지 않았습니다. 환자들이 저를 만나기 위해 8㎞를 걸어왔다가 진료시간이 끝나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저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모든 환자를 다 진료해야만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내다보았을 때, 사람들이 이미 병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조금 더 일찍 병원에 가려고 아침을 거르는 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빨리 병원에 가려는 생각에 심지어는 아침 경건의 시간도 그만 두었습니다.

병원에서의 일들도 갈수록 악화되었습니다. 전에 전혀 훈련받은 적이 없는 수술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의료 상황에 맞닥뜨리곤 했습니다. 이제껏 제가 받은 의료 훈련을 무색케 할 정도의 일들이 일상적으로 생겨났습니다. 몇 명의 환자들을 살리지 못해 저는 너무 당황했습니다. 그 먼 곳에서 이곳까지 어떻게 왔는데, 생명을 구할 수가 없는지! 심각한 질병에 걸린 환자들을 위한 장비들이 미비했습니다. “만일 우리에게 그 장비만 있었다면…” 이 말을 중얼거린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발전기 한 대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다만 밤중에 한두 시간 정도만 사용할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니 설사 장비를 가지고 있었다 해도 항상 사용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밖에 여러 가지 다른 일들이 이 어려운 상황 때문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제 아이들은 아빠인 저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제 태도는 변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환자들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안전장치가 점점 자주 나가곤 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약이 충분히 없는 것 같았습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도 복음을 전할 의욕이 없었습니다. 편지도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가정예배는커녕 아내와 함께 하던 기도시간도 내팽개쳤습니다. 저는 제 꿈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벳시는 살림과 아이들 양육에 전념하고 있었고, 또 자매회 모임을 인도하는 일이나 선교사의 아내로서 응당 해야 할 자잘한 일들을 잘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간호사로서 받았던 훈련이 선교지에서 전혀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낙담했습니다. 과연 그녀가 받았던 교육은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인가요? 간호사 공부를 위해 드렸던 그 시간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일로만 허비되고 있는 것일까요?

벳시는 선교사의 생활과 사역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그녀에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초청한 선교회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느꼈습니다. 그녀가 꿈꾸던 선교 사역은 전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우리는 서로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교회의 인도자들은 제게 선교사로서의 일들을 더 많이 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진료에 더 많이 힘쓸수록 그들은 교회 일에 더 많이 헌신할 것을 원했습니다. 저는 제 어깨 위에 놓인 엄청난 일들로 인해 서서히 균형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회의 인도자들이 더 많이 요구할수록 저는 더 부족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들의 공동체 안에서 의료 선교사로서 제가 치르고 있는 희생에 대해 그들은 전혀 이해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은, 제가 이상적인 조건 아래 집으로 가져가야할 돈이 얼마인지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저는 참으로 극소수에 불과한 의료 선교사였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복음을 전하고, 가르치고, 또 새 신자들을 제자훈련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모든 것을 할 수가 없어.”라고 불평했습니다!

2년 반 정도 지나자 저는 너무 지치고 메말라있다는 사실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혹 건강이 나빠진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은 너무도 많았습니다! 환자들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 보였습니다. 분명 주님께서 제게 건강을 주실 것이었습니다. 이미 심한 병이 든 채로 그토록 먼 곳에서 저를 찾아온 사람들을 진료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저를 격려했었습니다. 우리를 위해 기도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선교지에 있는 우리를 후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예전처럼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늘 잠이 부족했습니다. 일찍 일어나면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어찌해야 했을까요? 저는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완전히 탈진되었고, 무엇이 영적인 것인지 분별력도 잃어버렸습니다.

3년째쯤 되었을 때, 저는 이제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들로 제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웠습니다. 계속 머무른다 해도, 영적이고 선한 어떠한 일을 할 수 있겠다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제가 떠난다면, 이 사람들은 전혀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디에서 또 다른 의사가 오게 될까요? 제가 본국으로 돌아간다면 그것은 곧 실패가 될 것입니다. 저는 이전에 이런 식으로 실패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제가 저를 후원하던 분들과 교회, 부모님들, 그리고 가족들의 얼굴을 볼 수 있을까요? 저의 온 생애가 와르르 무너질 것처럼 보였습니다. 경력 선교사로서 3년 이상 있는다 해도 잘해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상황들을 감당했을까요? 제가 일종의 겁쟁이인 건가요? 무언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제 가족과 결혼생활은 완전히 기대에 어긋날 것입니다.

저는 지금 본국에 있습니다! 결국 돌아왔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돌아온 이유에 대해서 궁금해 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저는 “제발 그만 하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질문들은 저를 난처하게 했습니다. 사람들은 지극히 사적인 질문들도 하곤 했습니다. 저를 후원했던 사람들이 보내준 후원금과 그들이 열심히 드렸던 기도들 때문에 내내 괴로웠습니다. 그저 지난 일이라고 덮어둘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이 모든 일들에 아주 진저리가 쳐집니다. 이제 저는 병원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본국에서 전처럼 다시 정상적인 가정생활로 돌아가기만을 바랄 따름입니다.

추신: 제 말에 귀를 기울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겪은 환멸감을 퍼뜨리고자 이 편지를 쓰는 것이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다만 선교사들도 매우 평범한 사람들임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편지를 썼을 뿐입니다. 선교사들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많은 문제들과 곤경들에 부딪힙니다. 그리고 저 역시 수개월을 지나면서, 처음으로, 정직한 것이 치유를 가져온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