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교회의 확장

사도행전은 예루살렘의 어느 작은 다락방에서 모인 120명의 제자들로부터 시작되었다. 한 세대 후 사도행전이 완성되었을 때 이 복음은 서쪽으로 로마까지 전파되었으며, 로마제국 동부의 거의 모든 주요 도시에는 교회들이 세워져 있었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승천하시기 전, 제자들에게 하나님의 일을 말씀하시면서, 성령이 임할 때까지 예루살렘에서 기다리고 있으라는 것과, 예루살렘으로부터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증인이 될 것을 명령하셨다(행 1:4~8). 바로 오순절에 일어난 역사적인 성령 강림 사건이 교회의 기원이 되었고, 또한 선교 활동의 시작이 되었다.

제자들은 모든 족속에게 가서 제자를 삼으라는 명령을 받았지만(마28:19) 예루살렘을 떠나지 못하고, 그곳에서 성전을 중심으로 기도와 전도사역을 계속하였다. 성령의 역사로 예루살렘에서 하루에 3천명이 구원을 받고 침례에 순종하는가 하면(행2:41) 그 후에 성도 수는 5천명으로 증가하였다(행 4:4).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님의 말씀이 점점 왕성하며 예루살렘에 있는 제자의 수가 더 심히 많아지고”(행 6:7), “주께로 나오는 자가 더 많아졌다”(행 5:14) 스데반의 순교와 그 이후 계속된 핍박은 초대 교회에 큰 타격이 되었지만, 그것은 후에 사울의 회심과 복음 전파를 확장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빌립이 사마리아 성에 내려가 예수 그리스도를 전파하자 무리가 “일심으로 그의 말하는 것을 좇고”, “그 성에 큰 기쁨이 있었다.”(행8:6~8) 예루살렘을 떠나 흩어진 제자들은 포니키아, 구브로, 안디옥까지 가서 최초로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파하게 되었다. 이방인에 대한 복음 전파에 박차를 가하게 된 두 가지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다.

하나는 이방인을 위한 사도가 된 다소출신 사울(바울)의 회심이었고, 또 하나는 로마군대 백부장인 고넬료에게 복음을 전한 베드로의 체험이었다(행 9,10장). 회심 후 이방인의 사도로 부름 받은 사도 바울은 안디옥 교회를 거점으로 하여 아시아의 갈라디아와 유럽의 마케도니아, 아가야 등 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다니며 복음을 전파하였다. 비시디아 안디옥에서는 “온 성이 거의 다” 하나님 말씀을 듣고자 하여 바울에게 나아왔다(행 13:44). 데살로니가에서도 ‘큰 무리'가 믿었다(행 17:4). ‘수다한' 고린도 사람들도 믿었다(행 18:28). 바울이 3년간 에베소에 머무는 동안 “아시아에 사는 자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다 주의 말씀을 들었다.”(행19:10) 3차 선교여행이 끝날 무렵 바울은 “내가 예루살렘으로부터 두루 행하여 일루리곤까지 그리스도의 복음을 편만하게 전하였노라.”(롬 15:19)고 보고하였다

성경은 유대, 갈릴리, 사마리아(행9:31), 수리아, 길리기아(행 15:23), 본도, 갑바도기아, 비두니아(벧전 1:1)에 있던 교회들을 언급하고 있다. 언제, 누가 이들 교회를 세웠는지 자세히 기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사도행전 2장에서 로마제국의 각 지방으로부터 온 유대인들과 개종자들이 오순절 성령강림 때 예루살렘에 와 있었고, 베드로와 그의 동료들의 전도를 들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아마도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었고, 자기들의 고향으로 돌아가 회당에서 복음을 전파하면서 교회로 모였을 것이다. 바울 서신서에는 사도행전에 기록된 내용보다 좀 더 널리 복음이 전파되었다는 기록들이 있다. 바울은 “이 복음은 천하 만민에게 전파된 바요”(골 1:23), “너희 믿음이 온 세상에 전파됨이로다.”(롬 1:8) “너희 믿음의 소문이 각처에 퍼진 고로”(살전 1:8)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후에도 기독교 복음은 로마제국의 큰 도로와 강을 통해 동쪽으로는 다메섹과 에뎃사를 거쳐 메소포타미아로 전해졌고, 남쪽으로는 보스트라와 페트라를 통해 아라비아로, 서쪽으로는 알렉산드리아와 카르타고를 거쳐 북아프리카로, 그리고 북쪽으로는 안디옥을 거쳐 아르메니아, 본도, 비두니아로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 후 복음은 로마제국의 국경을 넘어 스페인, 갈리아 지방, 이디오피아, 영국 등에 전파되었고, 더 나아가 복음의 외딴 지역이라고 일컬어지는 아일랜드, 인도, 중국 등 전 세계로 확장되어 갔다.

■ 초대 교회의 박해와 피 흘린 발자취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종이 주인보다 더 크지 못하다…, 사람들이 나를 핍박하였은즉 너희도 핍박할 터이요.”(요 15:20)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요 16:33) “...무릇 너희를 죽이는 자가 생각하기를 이것이 하나님을 섬기는 예라 하리라.”(요 16:2)라고 경고하셨다.

바로 초대교회의 박해의 역사가 이 말씀들을 증명하고 있다.

스데반은 돌에 맞아 죽었고(행 7:60), 요한의 형제 야고보는 칼에 목이 잘려 죽었다(행 12:2). 옥에 갇혔던 베드로가 천사의 도움으로 풀려나는가 하면(행 12:7~10) 돌로 쳐서 죽을 지경에까지 이른 후 살아난 경험을 한 바울은(행 14:19)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할 것이다.”(행 14:22)라고 가르쳤다. 베드로는 “너희를 시련하려고 오는 불 시험을 이상한 일 당하는 것 같이 이상히 여기지 말라.”(벧전 4:12)고 경고하였으며, 바울은 “무릇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경건하게 살고자 하는 자는 핍박을 받으리라.”(딤후 3:12)고 편지하였다.

가장 초기의 박해는 로마인들로부터가 아니라 유대인들로부터 가해졌다. 사도행전의 저자인 누가는 로마정부가 그리스도인들을 관대하게 대우했을 뿐 아니라 실제로 그 대적들로부터 보호해 주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러 차례 바울과 그의 동역 자들이 로마 관리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기도 하였다. 기독교가 유대교의 한 종파라고 여겨질 동안에는 유대교에게 허용된 합법적인 종교의 특권을 누릴 수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유대교와 기독교의 간격이 벌어져 AD 50년경에 이르러서는 기독교가 스스로 위치를 굳히게 되었고, 외인들로부터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리게 되었다(행 11:26).

그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황제숭배를 거부하였을 뿐 아니라 기존의 여러 가지 관습들을 거부하였다. 그 당시 유행한 생명을 걸고 싸우는 검투경기와 무고한 죄수들을 사자에게 던져주는 공개 경주를 정죄하였다. 또한 이방신들에 대한 분향 혹은 술 따르는 제사 등의 공적 행사를 이교도와 관련된 일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 결과 그리스도인들은 까다롭고 편협한 사람들로 간주되었다.

AD 64년 네로 황제가 그리스도인들이 로마에 불을 질렀다고 누명을 뒤집어씌움으로 사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네로 황제의 박해 당시 로마에서 자행된 잔인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으며,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박해와 죽임을 당했다. 그 당시 저술가였던 타커투스의 기록에 의하면 어떤 사람들은 짐승의 가죽으로 뒤집어 씌워져서 개들에게 먹히도록 던져졌고, 어떤 이들은 십자가에 못 박혔으며, 또 다수는 불태워 죽임을 당했고, 많은 사람들의 몸에 역청을 발라서 불을 놓아 네로가 산책하는 정원을 밝혀주는데 횃불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의 황제 숭배 거부 행위는 최악의 신성모독 일 뿐 아니라 극악의 반역죄로 다스려져 기독교도에 대한 국가적 탄압이 자행되었던 것이다.

두 번째 박해기간은 도미티안 황제(AD 81~96)때에 일어났는데, 이때 사도 요한이 밧모 섬으로 귀양을 갔다. 몇 해 후에 안디옥 주교였던 이그나티우스와 서머나의 주교였던 폴리갑이 순교 당했다. 그 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AD 161~180)때에 천재지변이 발생했을 때에도 기독교인들에게 누명이 덮어 씌워져서 격노한 군중들에 의해 돌을 맞기도 하였다. 코모두스 황제(AD 181~192) 치하에서 상황은 호전되었으나, 셉티마우스 세베루스 황제(AD 192~211) 말기에 침례가 범죄 취급을 받는 등 AD 203년에는 카르다고에서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순교를 당하기도 했다.

3세기 전반부에는 세베루스, 막시미니우스, 데시우스 황제 등에 의한 간헐적인 박해가 있었다. 그 후 갈리에누스 황제가 최초로 그리스도인들에게 관용을 허용한 칙령을 반포한 AD 261년 이후 40년간에 걸쳐 전례에 없던 평화시기가 있었다. 이 평화는 디오클레티누스 황제가 AD 303년에 반포한 박해칙령에 의해 갑자기 깨어지고 말았다. 전 로마제국에 일반법으로 제정된 이 칙령은 최후의, 그리고 최악의 박해들을 불러오게 되었다. 이 칙령은 교회들을 부수고, 교회 집회들을 해산시키며, 기독교 서적들을 불사르고, 공직으로부터 그리스도인들을 추방하도록 명령하였다. 비밀집회를 계속하던 그리스도인들은 죽임을 당하였다. 이 박해는 니코메디아에 있던 교회당을 불사름으로부터 시작하여 10년간이나 계속되었다. 이 시기에 약 1,500명의 순교자가 발생하였고 수많은 교인들이 재산을 잃었다. 로마의 주교를 비롯한 수천 명의 기독교인들이 변절하기도 하였다.

AD 313년에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지난 10년간 몰수했던 교회재산을 돌려주는 등 종교의 자유를 허용한 밀라노 칙령을 발표하면서 평화가 찾아왔다. 박해 가운데에서 그리스도인들의 끈질긴 인내와 죽음을 무릅쓴 순교자들의 피 흘린 발자취가 교회사의 영광스런 페이지들을 채우고 있다.

초기의 2세기동안 “시저가 주님이시다”라는 고백을 받아내기 위하여 온갖 고문과 박해가 자행되었지만 헛수고였다. 온갖 박해 방법이 다 동원되었지만 거의 아무도 신앙을 버리거나 변절하지 않았다. 그들은 기꺼이 감옥에, 광산에, 유배지에, 형장에 끌려갔다. 죽음을 피하려고 하기는커녕 때로는 죽음을 달게 받기를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순교자 저스틴은 맹수에게 먹히도록 선고받자 친구들과 원수들에게 말리지 말라고 간청하였다. 터툴리안은 그리스도인들이 사형 선고를 받을 때면 오히려 감사를 드렸다고 전한다. 이러한 박해는 기독교를 멸망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화시킨 결과를 낳았다. 순교자들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 되었다. 한 사람이 순교할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방신을 버리고 기독교로 귀의하였다.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복음이 소아시아를 거쳐 로마에까지 전파되고, 당시 구라파와 중동 지역을 지배한 로마제국이 복음화 되기까지에는 온갖 박해와 위험을 무릅쓰고, 순교의 피를 흘리며 죽도록 충성한 초대교회 성도들의 헌신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초대교회의 확장과 선교의 역사는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박해의 역사였으며, 성도들이 흘린 피로 씌여진 순교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네 환난과 궁핍을 아노니 실상은 네가 부요한 자니라…네가 장차 받을 고난을 두려워 말라…너희가 10일 동안 환난을 받으리라…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계 2:9,10)

주님의 선교는 이러한 피흘린 발자취를 따라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이르렀다. 우리 또한 선교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두려워 말고, 우리에게 맡겨진 세계 선교를 충성스럽게 이어가자. 그리하면 영광의 주님이 우리 머리에도 면류관을 씌어주실 것이다.

김 주 달(서울북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