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를 위해서는 치러야할 큰 값이 있다. 선교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큰 값! 그것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라 생각된다. 자신이 부인되어지고 몸과 마음이 실제로 선교지에 드려지지 않고는 이루어 질 수 없는 사역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자비와 은혜는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고 약속하셨다.

“저희가 믿지 않는 이를 부를 수 없고 그분에 관해 듣지 못하면 어찌 믿을 수 있으며 전파하는 자가 없이는 어찌 들을 수 있으며 보내심을 받지 아니 하였으면 어찌 전파 하리요”(롬10:13-15)

Ⅰ. 자기 부인의 대가
“아무나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마16:24)이라고 선포하셨다. 주님은 친히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하지 아니하시고 영광의 보좌를 버리시고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과 같이 낮아지셨다. 그리고 주님이 인간들의 오해와 시기, 적대의 거부와 온갖 핍박, 모욕과 고통 속에서도 잠잠히 그 길을 가신 것은 십자가의 죽으심을 통한 대속 외에는 다른 길이 없기에 자기를 부인하시고 모든 희생의 대가를 지불하셨기 때문이다.

또한 “너희는 너희의 것이 아니라 값으로 산 것이 되었으니 그런즉 너희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고전6:19-20)고 하신 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의 보혈로 우리의 죄 값을 다 지불하시고 우리를 하나님의 소유로 사셨기에 너희는 이제 너희의 것이 아니니 자신의 쾌락된 안일과 영달을 위한 옛 삶과 구습을 쫓지 말고, 이젠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자신의 생애를 성별되게 드리라는 말씀이다.

사도 바울은 철저하게 자기 부인의 순종된 삶을 살았다.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종으로(헬:둘로스) 표현했다(롬 1:1) 이 뜻은 ‘slave'로 ‘노예'라는 의미다. 주인의 완전한 소유가 되어 어떤 명령이라도 복종할 자세(눅8:9)가 된 사람을 통해 주님은 자유롭게 선교의 역사를 이루셨다.

현재 우리의 손에 성경책이 들려있고, 마음에 감사의 찬송이 솟구치고, 우리가 입을 열어 십자가의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된 것은 일찍이 자기가 부인된 선교사들이 흑암의 권세에 사로잡힌 이 땅에 찾아와 무지한 자의 손에 의해 피 흘린 순교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열악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 흘린 많은 눈물의 대가가 지불되었기 때문이다. 주의 제자들이 다 이와 같이 자기를 부인하며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영광스런 선교의 길을 담대히 간 것이다.

선교지에는 이름 없는 머릿돌처럼 그 땅에 묻혀버린 수많은 선교사들이 “몸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자를 두려워하지 않고”(마 10:28) 더 나은 부활의 그날을 바라보며 선교를 위해 지불된 대가 위에 주의 몸 되신 교회가 세워졌고 지금도 세워져 가고 있다.

유세비우스 교회사에 기록된 제자들의 순교일지는 다음과 같다.
① 베드로 : 로마에 가서 전도하는 중 십자가에 거꾸로 못 박힘을 당했다.
② 안드레 : 헬라에서 전도하는 중 아가야 섬에서 X형 십자가에 줄로 매달려 죽임을 당했다.
③ 야고보 : 예루살렘에서 헤롯에게 칼로 목 베임을 받아 죽임을 당했다.
④ 요한 :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당부하신대로 마리아를 끝까지 모시고 유대에서 전도하다가 예루살렘이 AD70년경에 멸망당한 뒤 에베소에 가서 전도했다. 거기서 체포되어 끓는 기름 가마에 집어넣었지만 기적적으로 튀어 나오게 되어 결국 밧모섬에 귀향을 보냈다. 거기서 묵시를 받아 마지막 성경 계시록을 기록하였다.
⑤ 빌립 : 소아시아 부리기아에 가서 전도하는 중 기둥에 매달려 죽임을 당했다.
⑥ 바돌로매 : 아르메니아에 가서 전도하는 중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죽임을 당했다.
⑦ 마가 : 인도에 가서 전도하다가 창에 맞아 죽었지만 그때 전도로 세워진 교회는 지금도 인도의 여러 곳에 모임을 이루고 있다.
⑧ 마태 : 이디오피아에 가서 전도하다 목 베임을 당했다.
⑨ 알패오 : 아들 야곱도 성전 꼭대기에서 떨어뜨려 죽임을 당했다.
⑩ 시몬 : 애굽에 가서 전도하고 유대에 돌아와 전도하다 활에 맞아 죽었다.
⑪ 야고보의 동생 유다 : 페르시아(지금의 이란)에 가서 전도하는 중 활에 맞아 죽었다.
⑫ 맛디아 : 가룟유다 대신 천거된 후 이디오피아에 가서 전도하다 돌에 맞아 죽었다.

당시 세인의 눈에는 아직도 더 살 수 있는 나이에 제 명대로 못살고 객사한 불행한 자로 여겨졌을지라도 정녕 그들의 죽음은 값진 죽음이요 영광스런 순교이었다. 범 세계적으로 그들이 닦은 터 위에 세워진 주의 몸 되신 하나님의 교회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지 않은가.

C.T. 스터드(Studd)는 ‘만약 예수그리스도께서 나의 하나님이 되시며 그분이 저를 위해 돌아가셨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제가 그분을 위해 아무리 큰 희생의 값을 치룬다 할지라도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다. 심지어 죽음 그것이 올지라도 그것은 자랑스러운 승리일 것이다.'라고 하였다.

데이빗 리빙스턴은 ‘주 예수께로 가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죽음도 영광스러운 것이다.'라고 하였다.

사도 바울은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 증거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20:24)고 기술하였다.

Ⅱ. 정적인 것의 대가
“너는 너의 본토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창12:1)

언제라도 보고 싶으면 찾아가고 어려울 때는 교제하며 마음을 나눌 수 있던 믿음의 친구들과 교회의 성도들, 정든 가족과 안락한 가정, 무엇이든 원하는 것은 취할 수 있고, 어디든지 갈 수 있던 편리한 문명의 이기와 혜택을 그때는 몰랐지만, 이젠 익숙했던 문화와 주변 환경이 바뀌어 모든 것 하나하나 새로 익혀야만 하는 상황이다. 살아가다 힘들고 불편한 마음이 들때 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본토에 젖어 살던 정서적인 그리움들은 설움으로 목을 메이게 하고, 눈시울을 뜨겁게 달구는 정적인 것들이 되어 마음을 무겁게 하고 얼굴을 어둡게 하여 스스로 고립 되게 만드는 올무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식을 진정으로 사랑해서 눈물로 만류 하시던 부모님을 더 공궤하여 드리지 못하고 떠난 불효는 가슴을 아프게 하는 정적인 고통들이다. 때론 자녀들이 아프기라도 할 때면 의지할 거리가 되었던 것들이 이제는 덩그러니 두 사람과 자식 뿐이다. 주변에 의지하고 조금씩 붙들었던 모든 줄들이 사라져 버렸고, 본토의 명절도, 대소사들도, 낯설은 타문화에 밀려 이젠 그리움으로 살아야만 하는 아련한 추억으로 고독 속에 잠기어 간다.

이러한 것도 선교사들이 주님 앞에 다 벗어 놓고 가야할 짐들이요, 또한 지불하여야 하는 대가들이다. 아브라함이 나온바 본향을 사모하였더라면 돌아갈 기회가 있었지만, 더 나은 본향을 바라본 고로 본토와 친척을 잊고, 문화와 관습과 정적인 것도 다 잊고 오직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뜻을 쫓아갈 수 있었다.

“또 내 이름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부모나 자식이나 전토를 버린 자마다 여러 배를 받고 또 영생을 상속하리라” (마19:29)

“딸이여 듣고 생각하고 귀를 기울일찌라 네 백성과 아비 집을 잊어버릴찌어다. 그리하면 왕이 너의 아름다움을 사모 하실찌라 저는 너의 주시니 너는 저를 경배 할찌어다”(시45:10)

결론적으로 인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복음 선교의 사명은 거룩한 명령의 가치 앞에 자신이 부인되고 그 정과 욕심도 부인되어 한 알의 밀처럼 기꺼이 썩을 준비가 된 신실한 종들 앞에 놓여있다. 하나님은 그처럼 기꺼이 대가를 지불할 준비가 된 하나님의 사람을 부르고 계신다. 때론 지역교회가 비전이 없으므로 선교를 반대하여 천거를 유보할 수도 있고, 교회의 필요한 은사로 여겨 놓지 않으려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시기, 질투, 편견을 가진 육신적인 자들의 입은 물심양면으로 기도해야 할 성도들을 냉담하게 할 수도 있다. 요구만 하는 선교지의 현실과 자녀 교육문제의 격론은 선교사역에 거침이 되어 힘겹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지라도 우리는 거룩한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에게 보여주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야만 할 것이다.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갈5:24)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내가 또한 세상을 대하여 그러하니라”(갈6:14)

추 상 현(울산중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