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종말일지 모르는데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습니까?”

20여 년 전, 필자가 선교를 위해 기도하고 있음을 알고, 형제님 한 분이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모임분위기는 종말론이 팽배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국내에서의 전도와 교회개척에도 일꾼들이 부족한 형편이었기 때문에 해외선교에 대한 관심이나 선교에 관한 가르침도 전혀 없는 상태였습니다. 당시의 정황을 고려해 볼 때 한국교회가 해외선교에 쓰임 받기에는 아직 주님의 때가 아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 후 한국교회를 들어 쓰시고 많은 신실한 일꾼을 불러 선교지로 보내셔서 곳곳에서 값진 열매들을 얻고 계십니다.

위대한 사명, 선교!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마28:19)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행1:8)

위의 말씀 외에도 성경은 우리에게 선교에 대한 사명을 주님 오시는 그날까지 담당할 것을 확고히 명령하고 계십니다. 말씀으로, 사도들의 삶으로, 앞서간 믿음의 선진들의 삶과 가르침으로 우리에게 명령하고 계십니다. 실로 선교에 대한 주님의 명령은 다시 강조를 하지 않아도, 현 시대의 성도 대부분이 그 필요성을 이미 공감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의 소위가 선치 못하도다. 오늘날은 아름다운 소식이 있는 날이거늘 우리가 잠잠하고 있도다.” (왕하7:9)

이 말씀은 국내전도나 해외선교의 필연성을 잘 담은 말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내외에서 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아름다운 소식을 듣지 못하고 영원한 형벌의 길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름다운 소식을 가진 우리는 모두 주님이 부르신 곳에서 온 힘을 다해 복음 전파의 사명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국내전도와 해외선교의 차이점을 현실 상황에 비추어 생각해 볼 때, 한 가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있는데, 그것은 해외 선교지의 많은 곳이 아직도 복음의 불모지와 같은 상황이라는 사실입니다. 어찌 보면 국내에서는 복음과 접할 기회가 이미 많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소식을 전해주어도 마음의 강퍅함과 세상을 버리지 못한 탓에 마음의 문을 닫은 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부류들은 잘못된 가르침과 정확하지 않은 복음으로 인해 혼란 가운데 처해 있습니다.

이런 자들에게 우리는 주님의 마음과 사랑으로, 국내에서도 계속 복음을 전파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해외선교지 많은 곳의 상황은, 국내와는 달리, 아름다운 소식이 있는 것조차도 모르고 마냥 멸망의 길로 치닫는 영혼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이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우리는 해외선교에 대한 사명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태국의 예를 들면, 태국에는 현재 1% 미만의 기독교 인구가 있습니다. 반면, 94%의 불교 신자가 있고 불교가 국교이며 해외로 1,000여 명의 불교선교사를 파송하는 나라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태국 국민은 이 세상에 아름다운 소식이 있는 것조차도 모르는 실정입니다. 얼마 전에 방콕모임의 예배당이 있는 아파트의 청소부 아주머니가 예배당 안을 들여다보다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의 그림을 보고 왜 그런 끔찍한 그림을 붙여놓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니 십자가의 의미를 설명한들 이해할 수 없었고, 기독교는 외국 사람들이나 믿는 종교이지 불교신자인 태국사람들과는 무관하다고 여기고 있다고 합니다. 태국 사람들이 모이는 태국교회라고 하니, 태국에도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이 있느냐며 적잖이 놀라워했습니다.

또한, 요즈음 새롭게 방콕모임과 연결되어 복음을 듣는 눔 씨도 전혀 기독교 배경을 접해 본 적이 없어서, 먼저 사랑을 전달해 친밀한 관계를 쌓은 다음, 창조주의 존재에 대한 확증과 인간의 역사, 성경의 사실성 등을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증명해 주어야만 했습니다. 이분에게 복음은 전혀 새로운 소식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외에도 침례(눔 씨는 침례가 무엇인지 모를 뿐 아니라 지금까지 크리스천들이 침례를 받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만찬, 교회, 성도의 삶 등에 관한 하나님의 가르침은 더더욱 낯선 것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현재 방콕에 내려와 직장생활을 하며 방콕모임의 주축을 이루는 청년 형제인 아쌍(판롭)의 경우는 어떨까요? 필자가 10여 년 전에 처음 아쌍형제의 고향인 메어마을(중국난민촌)에 들어갔을 때, 아쌍은 초등학교 5학년으로 기억됩니다. 지금도 메어마을은 마약과 도박, 무지함 등에 속박된 복음의 불모지인데, 미얀마(버마)와의 국경지대인 산꼭대기에 있는 외딴 마을입니다. 처음 필자가 이 마을에 들어갔을 때는 현재보다도 더 상황이 어려웠던 불모지 중의 불모지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주님의 은혜로 아쌍 형제는 아름다운 소식을 가진 자가 되어 있을 뿐 아니라 가족과 타인에게도 복음을 전파하는 그리스도의 사신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만약 아름다운 소식을 전해 준 자가 없었더라면 자기는 지금쯤 마약과 도박에 중독되어 지옥에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인생이 되었을 거라고 아쌍 형제는 종종 감사한 마음으로 간증하곤 합니다.

이처럼 현재 선교지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이 복음을 전혀 듣지 못하며, 누군가 그들에게 가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 주지 않는다면 저들은 놀라운 소식이 있음을 들어보지도 못한 채, 사탄의 올무에 빠져 어둠에서 울부짖으며 죽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종들을 보내어 그 청한 사람들을 혼인 잔치에 오라 하였더니, 오기를 싫어하거늘”(마22:3)

“---이에 종들에게 이르되 혼인 잔치는 예비 되었으나 청한 사람들은 합당치 아니하니 사거리 길에 가서 사람을 만나는 대로 혼인 잔치에 청하여 오라 한대”(마22:8,9)

유대인들이 복음을 거절하자 이방인들에게 복음의 문이 열리게 된 일을 생각하며, 모든 사람이 구원받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기억하게 됩니다. 어떤 이들은 계속 청함을 받고 있음에도 오기를 싫어하는 반면,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직도 수많은 선교지의 사람들은 청함을 한 번도 받지 못한 채 어둠의 권세의 사슬에 묶여 심판의 길로 치닫는 것입니다. 그들을 초청하도록 보내심을 받은 종은 누구인가요?

“---전파하는 자가 없이 어찌 들으리요? --- 아름답도다! 좋은 소식을 전파하는 자들의 발이여!” (롬10:14,15)

세상 사람들의 발 중에 보내심을 받은 종의 발보다 더 아름다운 발은 없다고 믿습니다.

타인의 발자국이 없는 새로운 길을 따라 걷는 보내심을 받은 종들의 아름다운 발이여!

고난과 외로움이 예비 된 길일지라도, 자갈과 가시밭으로 말미암아 부르틈과 피 흘림이 있을지라도, 이 길을 걷는 발이 정녕 아름다우니 축복의 걸음이요! 영광의 여정이로다!

“생명줄 던져 이 생명 구하소서!”

위의 글은 필자가 선교를 준비할 당시, 중국동포가 극동방송 앞으로 보내온 보자기에 수가 놓인 글귀입니다. 당시는 중국선교의 문이 막 열리기 시작한 때였는데, 복음을 듣기 원하는 중국동포들이 간절한 심정으로 도움을 요청했던 것입니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우리를 향해 똑같은 절규를 하고 있습니다.

형제자매들이여! 어둠에서 울부짖는 그들의 선명한 절규가 들리지 않습니까?

김 선 호(태국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