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하나님의 나라와 선교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하나님 나라와 천국에 대한 관계와 개념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님 나라와 천국의 관계는 어떠한가? 하나님 나라가 영토를 가리키는 것인가, 아니면 단지 관념적으로 하나님의 통치만을 뜻하는가? 물론 하나님 나라는 아직도 각자의 신앙 때문에 교계에서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와 선교라는 제목처럼 각자의 신앙 입장은 다르지만 세상을 향한 우리 주님의 마지막 지상명령인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으라”라는 분부에 순종하여야 한다는 것은 공감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하나님 나라와 선교의 관계를 알아보고자 한다.

2. 하나님의 나라와 천국

　“하나님의 나라”와 “천국”이라는 두 단어의 개념은 정확하게 일치한다.1 이것은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의 평행 구절인 마태복음의 쓰임을 통해서 알 수 있고(마 4:17, 막 1:15, 마 10:6-7, 눅 9:2) 주님께서 직접 사용하신 부자 청년에 대한 비유에서도 그렇다. 경건한 유대인에게는 “하나님“이라는 단어가 지극히 신성하여서 가볍게 혹은 빈번하게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주로 유대인 독자를 위하여 기록한 마태는 보통 “천국”에 대해서 말하는 반면에 마가와 누가는 비유대인들의 이해를 좀 더 쉽게 하려고 “하나님의 나라”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구약성경에서는 이 두 가지 표현이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 또 신약성경에서도 이 말은 첫 공관 복음서들에 주로 나올 뿐 그 뒤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예수님 자신의 가르침에 나오는 천국의 중요한 주제를 강조한다. 그래서 우리는 말씀을 통해 요한뿐만 아니라 예수님께서도 천국이 가까웠다고 말씀하심을 본다. “가라사대 때가 찼고 하나님 나라가 가까웠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하시더라”(막 1:15) 예수님께서도 최초로 외부 세계에 무엇인가를 전할 목적으로 제자들을 보내셨는데, 이도 역시 “하나님의 나라”에 관한 것이었다. (눅 9:2, 10:9-11)

3. 하나님의 나라는 어디에 있는가?

하나님의 나라는 어디에 속한 것인가? 예수님께서도 친히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구체적인 정의를 하지 않으셨지만 본디오 빌라도 앞에서의 답변을 살펴보면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라”(요18:36)라고 말씀하셨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 나라가 세상 나라에 대한 물리적인 면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또 주님의 기도문을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것과 그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같은 위치와 같은 자격에 두어 그 낱말의 의미를 가장 가깝게 설명해주고 있다. 즉, 신약성경에 따르면 하나님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지는 곳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한다고 말씀하신다.3 성경에서의 하나님 나라는 보통 세상 가운데 하나님의 통치를 뜻한다. 때때로 예수께서는 그 나라에 “들어가는 것”을 말씀하셨다(막10:23). 이는 마치 우리가 어떤 나라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의미의 말씀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사용하신 말씀 중에는 어떤 “영역”보다는 “통치”가 훨씬 많았다. 비록 구약성경에서는 “하나님의 나라”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았지만 구약시대의 모든 사람이 간절한 마음으로 그 통치를 인정했으며, 극적인 방법을 통해 하나님께서 그의 영광을 나타내 통치하실 그날을 기대하고 있었다(슥14:9, 사 24:23). 이러한 소망은 자연스럽게 구약시대를 거쳐 예수님께서 사시던 시기까지 아주 강하게 이어져 왔으며(막 15:43) 그것을 잘 이해하고 계시던 예수님께서 천국 곧,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아주 가까이에 이것이 왔다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그러므로 세례 요한이 “천국이 가까웠다”(마3:2)라고 외칠 때, 실로 오래 기다려오던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통치가 만민 앞에 드러날 그날을 맞으려고 수 많은 백성이 그에게로 몰려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4. 하나님 나라의 현재와 미래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에 대한 메시지는 서두에서 밝힌 대로 세례 요한처럼 가까이 왔다고 말씀하시지만 마가복음에서 보면 “때가 찾다(막 1:15)” 라는 말씀으로 더 강조하심을 보게 된다. 이 “때가 찼다.”라는 선언은 예수님 안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실제로 임하였다는 의미로, 복음서 전체를 통해서 강조된다. 이에 대한 증거로, 예수님께서 능력을 통하셔서 이적을 베풀고 귀신을 쫓아 내신 일들은 예수님 만의 신적 권위가 이 땅에 임했고 하나님의 절대주권적인 통치가 사람에게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여 준다(마12:28). 즉, 예수님만의 완전하신 권위를 가지고 전파하시는 메시지는 하나님의 나라가 이르렀다는 증거였던 것이다. (막 1:27; 마11:5) 또한,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 안에 있느니라”(눅 17:21)라고 말씀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하나님의 나라를 미래에 죽어서 영생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개념으로만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누릴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구약에서는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하나님의 왕으로서의 권능과 지위가 바로 이 땅에 성취될 것이라는 수 세기에 걸친 선지자들의 예언이 이제 예수님의 사역을 통해 이루어졌던 것이다. 만일 예수께서 자기 자신 안에서 천국이 실제로 임하였다고 가르치신 것이 사실이라면 하나님의 통치 혹은 주권적인 능력이 최종적으로 나타날 미래를 내다보신 것도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그의 제자들은 “주의 나라가 임하기를” 기도하고 깨어 있어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으로 임하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한다고 말씀하신다(막 9:1). 그들이 본 주님의 이적과 또한, 주님의 능력 안에서 그들이 행한 이적들은 하나님의 나라가 현재 임하였다는 하나의 강력한 표적이었다. 그러나 사단과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아니하였고 또 분명히 그 결과가 드러날 것이다(마25:41). 그러므로 미래에 대한 예언은 하나님 나라가 현재에 이미 와있다는 분명한 증거와 함께 존재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의 제자들이 이 두 가지 진리를 다 깨닫기를 원하셨던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마태복음 13장에서 여러 가지로 나타난 “천국 비유들”에서이다.

5. 천국의 확장

이제 정리하자면, 천국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바로 내 마음(눅 17:20-21, 마 5:3)과 이 땅에서 이루어야 한다(마 6:10, 5:13-16).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천국을 말한다(딤후 4:18, 계21:1-4절). 이 천국은 말씀을 듣고 깨달아(마 13:11-13, 19) 회개하고(마 4:17) 복음을 믿어야 시작된다(막 1:15, 롬 10:17). 위의 비유와 같이 시작된 천국은 성장하고 확장되어야 한다(겨자씨 비유(마 13:31-32), 누룩 비유(마 13:33)). 천국은 전도를 통해서 확장되는 것이다. (마 28:18-20, 눅 4:42-44) 그러나 여기에는 방해 세력이 있어 천국확장을 막는다. 이러한 세력에 대해 가라지의 비유(마 13:36-40)를 통해 암시하시고 예수님께서는 깨어있으라고 말씀하신다(마 26:42). 그리하여 천국은 전파되어야 하고 그것은 선교로 빛을 발한다. 이러한 천국확장에 우리는 힘을 써야 한다(감추인 보화의 비유(마 13:44), 좋은 진주를 구하는 장사의 비유(마13:45-46)). 또한, 마태복음 11:12절을 통해서도 말씀하신다. 겨자씨, 누룩, 씨 뿌리는 자, 가라지 비유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보잘것없는 비밀스런 시작과 승리의 절정 간 대조에 초점을 맞춘다. 하나님의 나라는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는 형태라 할지라도 그 씨앗이 뿌려진 때 이미 시작되며, 그 이후 결실할 때까지는 성장의 과정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방해 세력이 아무리 강해 보여도 궁극적인 승리는 하나님의 것이다. 다시 말해 성장하는 하나님의 나라 즉, 선교하는 하나님의 나라를 뜻한다. 또한, 보화와 진주 비유는 하나님의 나라를 소유한다는 것(즉,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것과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이 자기 소유를 전적으로 포기함으로써 가능함을 보여 준다. 자신의 모든 소유권을 포기하고, 자신이 십자가에서 죽음으로써만 가능한 것이다. 보화를 발견한 농부가 자신의 소유를 더 포기할 때 슬픈 마음으로가 아니라 기쁜 마음으로 하였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마 13:44). 이는 농부가 그 보화를 얻는 것이 자신의 모든 소유를 파는 것보다 훨씬 더 유익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나님의 나라는 그 가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드려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투자하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사역인 선교에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6. 하나님의 나라와 선교

천국은 믿는 자에게 주시는 선물이지만 천국을 확장하는 일은 거듭난 그리스도인들의 역할이다.물론 “선교”라는 단어는 성경에 없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사람을 구원하실 때에 복음을 듣고 주님의 이름을 부를 수 있도록 복음전도자를 파송하신다. 그러므로 선교사는 복음을 전파하도록 보냄을 받은 그리스도의 대사이다.

선교사는 복음을 전하고자 여러 가지 사업과 활동을 할 수 있지만, 궁극적 목표는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는 것이어야 한다. 예수께서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시고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대속하시려 십자가에서 돌아가셨으며, 무덤에서 부활하셨다. 그리스도께서는 돌아가심으로 대속을 성취하셨고 부활과 더불어 이루신 대속의 승리는 복음의 핵심 내용이다. 만일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지 않으셨다면 이 세상에는 어떤 교회도, 어떤 선교 사역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예수님의 제자들은 죄와 사망이 정복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모든 족속에게 침투해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라는 명령을 받게 되었다(마 28:18, 막16:15, 눅24:44-49, 요20:21-23, 행1:8).

예수님의 승천은 그리스도의 우주적 통치가 시작된 것을 의미한다. 그는 만왕의 왕, 만주의 주로 높임을 받으셨다(빌2:8-11). 영광의 보좌에 앉으신 그리스도께서는 성령을 보내 주셔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능력 있게 전파하도록 제자들을 성령의 은사와 능력으로 무장시키셨다. 사도행전은 이 복음이 전파되는 과정을 알려주는 선교 역사의 첫 장이라 할 수 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미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임하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이러한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할 책임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왕국의 성격은 육체와 영적인 면이 동시에 있기 때문에 성경에서는 두 가지를 다 언급하고 있다. 선교를 위한 순종이 하나님의 우선 목적인 선교를 위해 통치를 받는 것이라면 우리의 육체는 당연히 하나님 나라에 동참하는 일원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선교는 선택이 아니라 우리의 의무이다.

최 충 민(남사교회)

참고서적:

신약과 하나님의 나라 , 김광모

하나님의 나라와 언약 , 크레이그 블레이징

하나님 나라, 조지래드

누가복음에 나타난 하나님 나라의 선교, 소기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