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이야기

초등학생인 세 아들의 통곡에 가까운 울음소리와 함께 고국을 떠나 16시간의 배를 타고 A국에 도착하면서 왠지 모르는 두려움은 제복차림의 딱딱하고 불친절한 통관관리들의 짐들을 여기 저기 뜯어볼 때, 우리의 정체가 탄로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있었지만, 네 앞서 사자들을 명하사 지키신다는 말씀을 기억하면서 당당히 걸어 나가며 쌍둥이를 보여주니 겨우 웃으며 무사히 통관시켜주었다. 마중 나온 H, S두형제가 반갑게 우리를 맞이하면서도 서로가 눈물을 흘리며 짐들을 트럭에 싣고 Y시로 향하며 시작한 A국 생활이 벌써 3년하고 반이 넘은 것 같다.

3년이라는 시간을 생각할 때 마다 바울은(행 20:31) 3년 동안 밤낮을 쉬지 않고 각 사람을 눈물로 훈계했다고 했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음을 먼저 자백하고 싶다.

지내온 이야기들

처음 6개월 정도는 집에서 예배를 드리고 애찬을 마치면 남편은 1시간 30분 정도 갈 거리를 3시간의 시외버스와 시내버스를 번갈아 타고 W지역 저녁예배인도를 마치고 다음날 새벽 첫 시외버스를 타고 언어를 배우는 학교로 바로 갔다. 그래서 수업을 듣는 월요일은 거의 졸다가 집으로 오곤 했다. 보통 선교를 시작할 때 2년 정도는 문화와 언어를 익히면서 사역을 준비하지만 이곳의 경우 바로 두 곳에서 모임이 시작되어 참으로 힘든 시간을 맞이했다.

흩어져 있던 A국 형제자매들이 우리를 보러 인사차 올 때마다 차비를 챙겨줘야 하는 부담, 낯선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과 버스 안에서나 코를 찌르는 냄새들 때문에 늘 어지럽고 토하기도할 때에는 고국에서 토요일 마다 함께 사랑의 교제를 나누었던 A국 형제자매들에게 조차도 마음의 여유가 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주일예배를 드리는 중 갑자기 문을 두드려서 한 형제가 급하게 문을 열어주는데 총을 갖고 무장한 군인 같은 세 명이 찾아왔을 때, 아니 벌써 올 것이 왔나, 이제 고국으로 쫓겨나나보다, 어찌 이렇게 빨리도 알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 에 지나갈 때 무엇이라 하는 소리는 한 자매의 딸이 외국인을 위한 비상벨을 모르고 누르면서 달려온 사람들의 모습이 그런 모습 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놀라운 것은 바로 전날 문을 열면 거실이 다 보이는 것이 항상 불안하여 큰 책꽂이를 사서 입구가 막아져서 다행히 예배현장이 보이지 않았다. 다시 예배를 드리는데 놀랬던 가슴이 눈물로 범벅되며, ‘아버지 이 땅에서 다시 예배를 드리게 되어 정말 감사합니다.'하는 기도를 올렸다.

2년을 맞이하는 시간이 될 때는 차량의 필요를 아시고 그동안 A국에서 오랫동안 고생하시며 남편을 이끌어주신 L형제님께서 전 재산에 가까운 차를 주시고 고국으로 가시면서 지금도 3개월에 한 번씩 순회로 연약한 우리를 도와주시곤 한다. 그동안 아이들의 연주활동과 방송국 출연 등 낙후된 이곳에서 당나귀를 사용하시듯 언젠가 이곳 한국인 송년모임 연주 초청으로 경품으로 나온 왕복비행기표를 아침에 드린 기도의 응답으로 주셔서 고국을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막내와 아이들의 A국 언어 실력이 남달라서 학교에서 학비를 세 명 모두에게 반액면제 혜택을 받게 해주어 지금도 세 명의 중학생이 경제적인 힘을 덜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3년을 맞이하며 현지에서 더해진 30여명의 형제자매님들의 침례순종과 이곳에서 결혼한 열다섯 가정, 섬기는 모임도 두 곳에서 다섯 곳으로 늘어났다. 그만큼 내가 감당할 부분도 물심양면으로 더욱 커질 때면 주님께서,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여호와께 꾸이는 것이니 그 선행을 갚아주시리라”(잠 19:17), “사람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너희 의를 행치 않도록 주의 하라…네 구제함이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의 아버지가 갚으시리라”(마6:1~3)는 약속의 말씀을 주심으로 세 아이들의 필요보다 이곳 형제자매들의 어려움에 먼저 마음을 가게 하셨는데 3년이 될 때쯤 아버지께서 정말 친히 갚아주시는 놀라운 은혜를 누리게 해주셨다. 형제자매들과 우리 가정이 서로 어려운 가운데 삶을 나누는 것을 그들이 고맙게 여겨주며 연약한 나를 도왔다. 한 가정이, 그리고 한 형제자매가 계속적으로 믿음이 자라고 믿음으로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기 위해 어떤 부분을 선택해 나갈 때 특히 이곳의 자매들의 강인한 성격이 꺾이고 자매를 통하여 고집스럽던 형제의 모습이 주님의 인격으로 바뀌며, 그저 열심인 자매가 순종의 사람으로 바뀌어 가고, 힘없던 형제가 믿음으로 사는 훈련을 하고, 잘 양육된 자매가 결혼하여 한 형제와 아침저녁 손잡고 기도하는 모습에 믿음으로 굳게 서며, 또한 한 자매의 권유로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형제가 회사를 사표내고 어려움을 인내하고 기다리며 믿음을 선택하였을 때, 지금은 200명씩 교육시키는 큰 회사 반장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W모임의 H형제의 자매는 30여명의 형제자매를 잘 돕고 그 가정은 W모임에서 존경받고 있다. 또한 시골로 개척나간 형제를 자매가 따라나서지 못하다가 전도서 말씀으로 함께 교제를 하고 이곳에서 400km가 떨어진 곳에서 씨족 촌 같은 예비된 40여명의 친지와 영혼들을 돌보고 있다. 가끔 내가 그들을 방문하러 갈 때면 거칠한 손을 붙잡고 헤어지기 싫어 울먹거리고 교제를 할 때 말씀을 잘 못 본다고 주님께 죄송하다며 펑펑 우는 부부가 비록 쓰레기 분리수거로 생활하지만 시골에 좋은 집도 주시고 삼촌이 교회당도 주셔서 섬기고 있다.

이 모든 일에 돕는 자매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이 아니라 연약하고 넘어지고 고집스럽기도 하지만 그 마음을 아버지께서 성령님을 통하여 변화되어가는 모습이 얼마나 놀라운지. 올해 5월 가정세미나를 통하여 더욱 놀랍게 역사되어 행복한 가정이 건강한 교회로 힘있게 세워져 A국 가정 교회를 통해서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을 본다. 때론 나 역시 자신을 판단하며 자격이 없다는 생각에 괴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몇 번이고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이곳에서 선교의 옷을 벗으면 더욱 풍성하게 아이들과 잘 살 수 있는 기회의 유혹도 많았다. 그때 마다 남편은 당신이 스스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니고, 성령님의 보내심을 받아 왔다고 할 뿐이었다.

끝맺는 이야기

선교지에서 자신이 무엇인가를 이곳에서 해주고 있다는 생각보다 하나님께서 지극히 부족한 나를 사용해서 어떻게 일하시는지를 보며 따라 갈 뿐이다. 아버지의 일은 아버지께서 하시는 것을 더욱더 깨달아 가면서 이곳 형제자매들의 가슴에 삶의 목적지를 서쪽으로 이끌고 가실 하나님의 경륜을 따라가며 주님께서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 자녀를 위해 울라고 하신 말씀처럼 나를 위한 연민의 눈물보다 진리의 말씀으로 낳은 자녀들과 세 아이들을 위해 밤낮으로 눈물로 기도하며 양육할 수 있도록, 고국에서 연약한 나를 위해 기도하도록 성도들의 마음을 감동시켜주실 성령님을 찬양하며 이 글을 마친다.

S성에서 M형제를 돕는 W자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