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모리슨 선교사가 중국 선교를 시작한지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에 발맞춰 한국 교회는 교단과 선교 단체를 불문하고 다양한 중국 선교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렇게 기독교가 중국에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중국 선교사 추방 비밀작전인 ‘태풍 5호'가 진행 중인데, 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 선교사를 권고 추방하는 작전이라고 한다.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로버트 모리슨 선교사가 쓴 1807년 1월 29일 일기에 쓴 기도문을 통해 스스로를 북돋우고 있는 장면을 통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발견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주님, 그리스도의 풍성한 은사를 받아 저에게 아직 싸워야 할 전투가 있고, 달려야 할 경기가 있으며 완성해야 할 중대한 사명과 갚아야 할 큰 빚이 있음을 죽는 날까지 기억하도록 도와주소서.”
모리슨 선교사의 시대적 강렬한 사명감과 뛰어난 의지력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알고 있는 최초의 개신교 중국선교역사는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모리슨 선교사는 1807년 1월 31일 레미탄스 호를 타고 영국의 그라베센드 항구를 떠나 1807년 5월 12일 뉴욕항에서 트라이던트 호로 갈아탄 후 1807년 9월 4일 오후 4시 드디어 마카오에 도착하였다. 영국을 떠난 지 200여일 만이었다.
로버트 모리슨선교사가 중국에서 사역한 기간은 25년 정도다. “가장 어려운 곳에서 가장 축복하기 어려운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게 해달라.”는 그의 기도는 중국을 향했고 뛰어난 중국어 실력으로 사전을 편찬하고 비밀리에 성경을 번역하는 등 은밀한 전도활동을 전개했다. 하지만 1834년,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거둔 결실은 초라하다. 단지 10여 명의 회심자를 얻었고 그의 죽음 무렵에는 단 3명의 중국인이 신자로 남아 있었다.
물량과 성과를 중요시하는 한국 기독교계가 200년 전 모리슨의 선교를 보았더라면 “저 무슨 초라한 몰골”이냐고 비아냥거릴지 모른다. 하지만 모리슨 선교사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성경번역과 영화서원 창립 및 전도인 양성에 평생 헌신하였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말씀 그대로의 삶이었다. 그런 그의 삶은 다음과 같이 동서문화 교류사에 있어 큰 족적을 남겼다. 첫째, 동역자 윌리엄 밀느의 도움으로 신구약성경을 중국어로 번역했다. 둘째, 최초로 4,595쪽에 달하는 중국어사전(영화자전)과 중국어문법집을 편찬했다. 셋째, 그는 밀느, 중국인 양발과 함께 중국 최초의 신문 ‘찰세속매월통기전'을 발간했다. 넷째, ‘영화서원'을 설립해 인재를 배출하고 한학을 서구에 전파했다. 다섯째, 복음서 등을 출간하기 위해 인쇄사업도 적극 뛰어들었다. 여섯째, 아시아권 선교활동에도 힘썼다. 일곱째, 중국인 교역자들을 양성해 중국 선교에 동참시켰다. 양발을 최초의 중국인 목사로 안수했다. 그를 격려해 ‘권서양언'을 출판케 했다. 그리고 수많은 선교사들이 모리슨 선교사의 유지(遺志)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모리슨 선교사와 같은 불굴의 영혼을 가진 선교사들이 한국에서 많이 일어나 시대적 사명과 강력한 의지력으로 중국 선교의 물꼬를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 그간 많은 선교사들을 통해 중국에서의 하나님의 선교는 놀랍도록 발전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현재 중국의 상황은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선교지 상황이 대두되고 있어, 현 선교 상황을 점검하고, 새로운 환경에 맞춘 선교전략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어느 선교 단체의 대표는 중국 선교와 관련해서, 특히 내년 북경 올림픽을 앞두고 각 교회와 단체들이 공격적인 물량선교를 계획하고 있지만 중국 역시 단속을 강화하면서 체제 유지에 나서고 있어 섣부른 선교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이 개방되면서 물만난 고기처럼 중국에 뛰어든 한국교회는 교단과 단체를 불문하고 교파이식과 북한 선교 거점 마련에 힘을 기울였고 중국교회가 필요로 하는 돈을 매개로 선교의 문을 두드렸다. 중국어와 중국문화, 공산주의 체제와 정치 등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성급히 뛰어든 선교사들은 조선족 통역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그들마저도 신학적인 배경과 지식이 없어 왜곡된 기독교를 전하기 일쑤였다. 교회를 개척하는 것으로 한국의 파송본부에 보고를 하는 비현실적인 선교사 파송체계는 선교가 쉬운 연안지역에 교회를 밀집시켰고 조선족과 한족에 치중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또한 그는 한국교회가 중국 선교에 대한 과도한 경쟁 속에서 많은 부작용이 있었음을 지적하면서 “중국에서 한국선교사를 거부할 정도로 한국교회의 신용이 추락한 상태”라며 중국 선교의 신중과 주의를 당부하는 말을 첨언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중국은 철저한 통제 속에서도 부흥하고 있다. 그것은 외부의 부흥이 아니라 하나님을 만나고픈 내부 중국인들의 열정이 스스로 불지피는 부흥이라고 중국선교 전문가들은 증언한다. 하나님을 갈망하는 중국인들이 있기에 중국선교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다. 문제는 중국교회가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도와야 하지만 오히려 우리는 선교의 이름으로 중국교회를 분열시키고 쇠퇴시키는 반 복음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교회와 동역 관계 형성의 중요성
중국 선교는 시세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을 둘러싼 인적, 물적, 지형적, 정치·경제·문화·종교적인 환경도 파악해야 한다. 동아시아 기독교가 직면하고 있는 시대적 도전에도 민감해야 한다. 중국은 전통적 선교 개념을 가지고 접근하면 곤란하다.
싱가포르 트리니티 신학 대학의 선교학 교수는 한국 교회와 중국 교회의 관계 설정 자체에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있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한국 교회와 중국 교회는 공통의 과제를 함께 풀어야 할 새 시대의 동반자로 연결되어야 한다. 한국 교회의 경험과 중국 교회의 경험이 창조적으로 만나져야 한다. 한국 교회가 중국 교회를 일방적인 시혜를 주어야 한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한국 교회와 중국 교회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은 한국 교회가 중국 교회와 파트너십 관계를 설정할 때이다. 중국의 복음화는 중국 교회의 사명이자 몫이다. 중국 교회가 선교하는 교회가 되도록 돕는 것이 한국 선교의 과제이다. 한국 선교의 발전과 약진이 중국 교회와의 파트너십 관계 설정이 되지 않을 때, 오히려 그간 형성된 우호적인 관계가 깨어질 수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중국 교회의 자생력에 손상을 입히지 말아야 한다. 공산정권 50년 기간에 서양 선교의 부재가 오히려 중국교회의 자생력을 키워주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 교회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역에 대한 전략적 모색이 요청된다. 한국 교회의 역할은 중국 교회와의 동역이다.
성경 교육의 절대적 필요성
중국 교회는 분명 한국 교회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 중국 교회의 문제점 가운데 제대로 성경 교육을 받은 지도자의 결핍이 가장 두드러진다고 한다. 교회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기독교의 가르침, 즉 말씀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다. 선교사들은 하나님의 말씀에 통달하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사는 삶의 진수를 몸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제 회개와 믿음과 죄사함의 은총이라는 그리스도의 도의 초보를 지나 보다 깊이 있는 말씀을 제시해야 한다. 보다 체계적인 성경 교육을 통해 중국 교회를 말씀의 반석 위에 세울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중국에는 무수히 많은 교단과 교파의 교회들이 활기찬 선교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다양한 이단 또한 극성을 부리고 있다. 중국 교회가 바른 성경 공부를 통한 양육과 제자 훈련이 이루어질 때, 그동안 복음 안에서의 모든 수고와 땀의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 교회가 이런 부분에 도움을 줄 수 없다면, 모든 것을 한번에 잃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향후 중국 선교사들은 기독교 교육의 전문가들이 파송되어야 한다. 체계적인 성경 공부를 통해 전인적인 그리스도인 양육과 제자훈련, 사역자 훈련 등의 프로그램을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 중국 그리스도인들에게 은사를 개발시켜 주고, 사역에 동참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현지인 사역자를 영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선교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지인 사역자들을 세워 스스로 영적인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것이 현재 변화된 중국 선교 상황 가운데 한국 교회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문서 선교의 필요성
현재 중국에서 지도자를 양성하는데 또 하나의 어려움은 성경공부 교재나 양육과 제자훈련에 필요한 교재가 전혀 개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행히 성경과 찬송은 충분히 보급되었지만, 기타 필요한 문서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필요한 교재들을 한국에서 반입해 들어가든지, 현지에서 제작하든지, 어쨌든 당장 교재의 보급이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장기적인 입장에서 보면 현지에서 제작하여 보급하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아직은 그럴 만한 여건이 형성되지 못한 형편이다. 당국의 감시도 소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저술과 제작 등 여러 과정이 현재의 여건으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성경적이고 우수한 문서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인 만큼, 우선 한국에 나와 있는 우수한 교재들을 반입해서 배포하는 것이 필요하다.
초대 교회의 원형 회복의 필요성
한국 교회는 기존의 교회 문화를 중국 교회에 이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한국 교회 자체도 탈 서양화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기독교 원형 회복의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 교회가 건강하지 않은 기독교 문화를 중국 교회에 이식하게 되면 오히려 중국 교회의 형성에 해를 끼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 보다는 사도행전에 나타난 초대 교회에 대한 진지한 연구와 성찰을 통해, 하나님이 디자인하신 교회의 참 모습을 바로 볼 필요가 있다. 한국 교회가 중국 교회에 전해주어야 할 교회의 원리는 현재 한국 기독교계의 모습이 아니라 성경에 나타난, 특히 사도행전적인 교회의 모습이자 원리이다. 자칫 잘못하면 한국 기독교계의 왜곡된 교회관을 마치 중국교회에 전수해주어야 할 성경적인 모델인양 생각할 수가 있다.
하지만 사도행전에 나타난 초대 교회의 원형을 성경적으로 잘 조망하여, 중국교회가 성령님의 주권에 순종하는 교회, 하나님의 말씀이 능력과 권위를 가진 교회, 성령님이 세우신 리더십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하는 교회, 교회에 세워진 리더들이 영적 성숙과 본을 통해 섬기는 교회, 모든 성도들이 성령님이 주신 은사를 따라 섬김으로써 은사의 협력이 이루어지는 교회, 모든 성도들이 삶으로 복음을 증거하며 선교지향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섬기는 교회 등의 모습으로 설 수 있도록 한국 교회는 중국 교회를 도와야 한다.
해외 교회들과의 연합
중국의 복음화와 선교는 한국 교회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해외에 있는 교회들의 연합이 필요하다. 해외 교회들의 연합이 없는 한국교회와 중국교회만의 연합은 금새 지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선교의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중국선교를 위해 화교선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화교는 한국에만 1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고 전 세계 90여개 나라에 6천만 명의 화교들이 포진되어 있다. 화교는 언어와 문화를 이미 이해하고 있는 현지인이나 다름없고 경제활동을 위해 본토에 자주 드나들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인천남부교회의 외국인 전도 집회에서 대만 교회와의 선교협력은 좋은 일례가 된다. 이러한 비전을 가지고 중국의 복음화를 위해 헌신할 화교를 찾아내고 이들을 훈련하고 파송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중국선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해본다.
또한 화교교회들의 지원 협력과 더불어 서방 교회들과 연합도 필수적이다. 하나님께서 부어주신 영적·물질적 축복을 함께 할 필요가 있다. 영적전쟁에서 지친 전사들인 선교사들을 위로하고 회복시키며 물질적으로 지원해나감으로 중국 선교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 선교사를 초청해서 집회를 가짐으로써 선교에 동참할 수가 있다. 또는 현지인 사역자를 초청하여 미국 등 유수한 교육 기관에서 일정 기간 필요한 성경 교육을 받게 하고, 보다 하나님의 일군으로 온전케 되도록 교육시키는 방법도 생각해봄직 하다.
중국선교의 향후 전망 및 우리의 대응 방안
중국선교에서 가장 큰 변화는 중국선교에서 선교중국으로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선교는 한국교회가 어떤 그림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중국선교를 수행하는 것이라면, 선교중국은 중국교회가 선교하는 교회로 우뚝 서도록 한국교회가 섬기는 것이며 선교의 주도권을 중국교회가 갖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한국교회가 준비해야할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선교사역의 주도권을 현지교회에 이양하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 사역을 결정하고 수행하는 과정에 현지 교회와 현지인 사역자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둘째, 중국교회를 주장하는 자세에서 섬기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선교중국은 협력을 넘어 동역관계가 되어야 그 문을 열 것이다. 셋째, 중국교회로 진정한 자치, 자급, 자립교회가 되도록 섬겨야 한다. 중국 교회가 스스로 선교 중국의 길을 걸어가도록 섬겨야 한다. 넷째, 중국교회가 중국복음화에 헌신하도록 섬겨야 한다. 중국의 복음화는 중국교회가 감당해야 한다. 다섯째, 중국교회가 목회를 감당할 수 있도록 섬겨야 한다. 선교 중국은 그 주체인 중국교회가 건강한 교회로 세워질 때 가능하다. 여섯째, 중국교회가 선교하는 교회가 되도록 섬겨야 한다. 중국교회가 선교하는 교회를 지향하도록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도전하고 동기를 유발하도록 섬겨야 한다.
선교 한국이 한국교회의 세계선교에 기여한 것처럼 선교중국이 중국교회의 세계선교에 기여할 날을 기대해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