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군지(Edgar Kunze) 선교사는 1917년 8월11일 미국 아이와 주 레위스 (Lewis, Iowa)에서 3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나 시골에서 자랐다. 1920년대 중반 지속되는 흉년으로 인하여 그의 아버지는 농장을 잃었고 가족들은 나중에 미국 중부 네브라스카주의 샌드힐이라는 곳으로 옮겨 5년 정도 농사를 지었다. 에드거 군지 선교사의 삶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난 때는 28세 때였다.

그때 그는 독신이었는데 그의 부모님과 함께 조그만 시골 감리교회에 출석하고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저울에 달아서 우리가 행한 선한 일이 악한 일보다 더 많으면 하늘나라에 갈수 있다는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인도계 전도자가 와서 복음을 전했는데 그는 이사야 53장 6절에 있는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며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무리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 시키셨도다”라는 말씀을 중심으로 해서 복음을 전했다. 그때 그는 그곳에 잃어버린 죄인으로 들어갔다가 구원받은 자로 나왔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나가는 감리교회 교인들에게 자기가 발견한 사실을 전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람들이 이미 자기가 발견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했으나 그들의 차가운 반응에 놀랐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믿음이 통하는 교회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근처에 있는 교회들을 하나씩 매주 방문하면서 성경적으로 옳은 교회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자신이 나가본 교회 중에서 다른 교회들과는 좀 다른 아이와 주 라이만에 있는 모임에 몸을 담게 되었다. 그곳에 나간 지 3년 후에 글래디스 마아터(Gladys Marter) 자매와 결혼을 하였고, 자녀들은 2남 1녀를 가졌다. 결혼 후에도 그는 계속 그 교회에 참석을 했고 때로는 말씀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집에서 매우 엄격하게 자녀들을 양육하였으며 자녀들에게 늘 성경을 읽어 주었고, 정기적으로 가정 집회를 가졌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그는 다시 그가 자란 네브라스카 주로 이사를 하였다. 3년 동안 농사를 지은 그는 너무 바쁜 농사일이 주님의 일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약 200Km 떨어진 알비아 교회에서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많은 기도 후에 인구 4,000명이 살고 있는 알비아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알비아 모임을 돕기 시작했다. 그는 목수일과 배관하는 일을 하면서 지역 교회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주일학교 학생과 성도들을 위한 차량운행도 하였다. 그는 충성스럽게 교회를 섬기며 성도들을 돌아보는 일을 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 교회의 장로가 되어 말씀을 전하며 성도들을 돌아보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구원 간증을 나누기를 좋아했고 지역 신문에 복음을 싣는 일을 하였다.

몇 년 후에 그가 알비아로 이사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장로 형제가 아리조나로 떠나게 되어 그는 더 큰 짐을 지게 되었다. 그가 바쁘게 사역하던 중 1970년대 초에 아내가 암에 걸리고 말았다. 그는 정성을 다하여 아내의 병간호에 힘을 쏟았지만 그녀는 결국 주님께로 가고 말았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하늘나라로 보낸 슬픔을 주님을 섬기고 성도들을 섬기는 일로 잊으려 노력하였는데 몇 년 후에는 자신마저 심장마비 증세로 한동안 고생을 하였다. 주님께서 은혜를 베푸셔서 건강을 회복한 후에는 다시 교회를 섬기는 일에 헌신하였다. 그는 복음을 더 잘 전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집을 팔고 아이와주 남쪽 매리스빌이라는 곳으로 이사를 하여 조그마한 가게를 10불에 사서 수리를 한 후에 복음을 전하는 장소로 만들었다. 그곳에서 그는 열정적으로 복음을 전하였다. 그리고 주일학교를 하고 중고등부 학생들에게 캠프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증 수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했는데 하늘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또한 한국에 선교사로 나와 있던 맥카피 선교사와 친하게 지내게 되었는데 그의 이야기들을 통하여 한국에 나가 선교의 일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의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알비아 교회의 사정으로 빨리 한국으로 올 수가 없었다. 1976년도에 그는 미니에폴리스로 옮기게 되어 그곳에서 전심으로 주님을 섬기게 되었다. 그곳에서 크리스천 라이프센터를 운영하면서 하나님 말씀을 가르치고 많은 문제 있는 사람들과 상담하며 그들을 도왔다.

1978년도에 맥카피 선교사가 그를 한국으로 초청하였고 그 후 그는 한국의 캠프사역을 돕게 되었다. 내가 에드거 군지 선교사를 만난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 그동안 선교부에 근무하면서 여러 선교사들을 접해 보았지만 처음부터 에드거 군지 선교사는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은 그의 거처가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 당시에 사료 창고로 쓰던 곳간을 수리해서 초라한 침실이 꾸며졌고 사람들을 대할 때의 자세는 정말 주님의 모습을 많이 닮은 모습이었다. 맨 먼저 그가 와서 한국에서 한 것은 한국 기독교 선교부에서 짓고 있었던 수양관을 완성하는 일을 돕는 것이었다. 주님의 인도하심으로 우연히 나는 에드거 군지 선교사님과 함께 많은 일을 하게 되었고 그의 삶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수양관을 맡아 관리하시면서 보여주신 사람들을 섬기는 그의 신실함에서 많은 사람들은 주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캠프에 참석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장작을 지펴 물을 데우고 조금이라도 캠프에 참석한 사람들이 불편할까봐 쉬지 않고 수고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감동을 하였다.

나는 에드거 군지 선교사를 만나기 전에는 성경에서 말하는 장로 또는 목자는 세상에 없는 줄 알았다. 그것은 그냥 하나의 이상적인 모습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며 현실에서는 그러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에드거 군지 선교사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비로소 내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 중에 진실로 성경에서 말하는 장로의 자격을 갖춘 몇 안되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간호원으로 수고하고 계시던 루이스 자매와 재혼을 하셔서 함께 주님을 섬기셨다. 수양관이 완성되어 가면서 그는 조금씩 교회를 돌아보고 성도들을 돌아보는 일을 시작하였는데, 특히 연약한 교회를 돌아보기 시작하셨다. 경기도 지역 교회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연약한 교회들을 방문하며 도왔다. 한동안은 광주지역에 내려가 호남지역 교회들을 돕기도 하셨으며 오산에 거하시면서 유평교회를 돕기도 하셨다.

1990년 경에 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시다 미국으로 돌아가 1991년도에 주님께로 부르심을 받았다. 그의 장례식은 그가 오래도록 주님을 섬겼던 알비아 교회에서 치러졌으며 알비아 교회 가까운 곳에 그의 묘지가 있다.

에드거 군지 선교사는 그다지 사람들의 눈에 띄는 선교사는 아니다. 그는 뛰어난 성경 교사도, 뛰어난 설교자도 아니다. 그러나 그 어떤 선교사 보다 우리들의 삶에 많은 것을 남기고간 선교사이다.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 몇 명 있는데 살아있는 사람들을 빼놓고 주님께 간 사람 중에서 말하라고 한다면 지체없이 에드거 군지 선교사를 말한다. 에드거 군지 선교사가 내게 보여준 으뜸이 되는 본이 있다면 그것은 영혼들에 대한 진지한 사랑이다. 추운 겨울에 외부에서 방문한 성도를 위하여 자신이 사용하던 이불을 걷어 그에게 주고 자신은 차가운 밤을 지새우던 성도에 대한 그리고 영혼들에 대한 그의 사랑은 나의 마음에 많은 감동을 가져다주었다. 믿음 안에 연약한 성도들을 보면서 잠 못 이루는 모습도 보았다. 십여 년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성도들에 대한 사랑과 영혼들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그에게서 배울 수 있었던 좋은 점은 하루하루를 신실하게 살아가신다는 것이다. 그는 주님이 내일 오실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사셨다.

특히 나에게 감명을 주었던 것은 그의 인격이다. 그에게는 모가난 부분이 없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심지어는 어려움을 주는 사람들마저도 사랑할 수 있었던 그의 훌륭한 삶이 내게는 마치 주님을 뵙는 것 같았고, 성경에서 말하는 진정한 장로 또는 목자의 모습이었다. 그는 말이 아니라 삶으로 우리들에게 주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간 선교사였다. 한 가지 일화를 소개하면서 에드거 군지 선교사의 삶에 대한 기록을 마치려한다.

그는 섬지역과 낙후된 시골지역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시려고 미국에 다녀오실 때 미국에서 16mm 영사기와 무디 과학영화 필름을 여러 개 사오셨다. 공항에서 영사기를 통관시킬 때 내가 옆에서 통역으로 도왔는데 공항세관에 근무하는 직원이 선교사이기 때문에 서울에 가서 서류를 몇 가지 해오면 세금을 내지 않고도 통관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말해주었다. 그래서 나와 에드거 군지 선교사님은 김포공항에 물건을 두고 서울에 가서 그가 말한 서류들을 몇 시간에 걸쳐 만들어 가지고 공항으로 갔다. 그런데 공항세관직원이 서류를 다 작성해서 부장에게 결재를 받는데 문제가 생겼다. 서류를 해와도 법령에 의하면 16mm 이상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공항세관 직원은 서류를 해오면 16mm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고서 그랬던 것이다. 우리를 서울에 보내 오전 내내 고생을 시킨 세관직원은 자신 때문에 우리가 고생한 것으로 인해 굉장히 미안해하면서 영사기를 중고처리해서 세금을 대폭 삭감해 주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의도적으로 새 영사기를 중고품으로 서류를 작성함으로써 세금을 삭감해 주고자 했다. 당시 세금이 30만원 정도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중고로 처리되면 몇 만원이면 되었다. 세관직원은 미국에서 혹시 한번이라도 영사기를 돌려보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한번이라도 꺼내서 돌려보았으면 중고로 처리해 주기 위한 것이었다. 에드거 군지 선교사님은 돌려보지 않았다고 했다. 물론 나는 그의 의도를 설명해 드렸었다. 그러자 그는 그럼 영사기를 넣어둔 박스를 한 번도 열어보지도 않았느냐고 물었다. 열어보았으면 중고처리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에드거 군지 선교사님은 열어보지 않았다고 대답하셨다. 나는 옆에서 통역을 하면서 융통성 없는 에드거 군지 선교사님이 참 답답했다. ‘한번쯤 열어 보았다고 하시지…그러면 그 많은 돈을 내지 않아도 될 텐데…'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중고와 새 영사기의 세금이 얼마나 많은 차이가 나는지를 설명해드렸다. 그러자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돈으로 내 신앙을 팔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30만원이 넘는 세금을 내고 영사기를 들여오게 되었다.

그 후 그 말은 지금까지 내 마음에 남아 있으며 그는 내 신앙 모델 중에 한 사람이 되어 있다. 그는 진정 삶으로 주님의 모습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간 선교사이다.

조 성 훈(유평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