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송된 선교사가 현지에서 적응하고 사역활동이 보장되고, 또는 보장받기 위해서는 나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부 국가의 경우는 실로 엄청난 노력과 정성을 기울이게 마련입니다. 체류허가를 받는 당면과제로부터 어떻게 사역을 전개해 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선교사 스스로가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풀어가야 할 고독한 길의 한 과정입니다. 누군가 이미 터를 닦아 놓은 곳이라면 모르거니와 미개척지에 들어가는 선교사라면 거의 예외 없이 필연적으로 이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따라서 선교사는 본격적인 복음전도에 앞서 상당기간을 그것의 준비를 위해 고민하며 주님께 매달리며 영적지혜를 구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어떤 분들은 본의 아니게 사업가가 되어 있고 어떤 분들은 농사 기술자가 또 어떤 분들은 학교를 지어 교육가로 활동하며 어떤 분들은 직업인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또한 전문인 선교사역도 있고 합법적인 선교사로서 활동하는 경우들 그리고 단기간 체류하며 복음을 전하다가 돌아오는 식의 사역들이 있습니다.

 선교지의 상황이 모두 동일한 것이 아니어서 다양한 형태의 선교사역을 목격하게 되는데 이 같은 그들의 수고는 돈을 벌려는 것도 아니요 안정된 삶을 위해서도 아닐 것입니다. 오로지 하나님의 나라와 복음을 위해 사역의 터전을 닦고자 애를 쓰는 것입니다. 그 힘들고도 처절한 노력과 하나님의 도우심의 간증들은 복음을 귀히 여기고 사랑하는 수 많은 성도들의 마음을 흥분시키며 전율케 합니다. 그런 복음의 용사들의 무용담을 들을 때 우리는 사무엘하 23장 13~19절에 나오는 적진을 뚫고 베들레헴 성문 곁 우물물을 길어온 다윗의 세 용사를 떠올리곤 합니다.

 이처럼 선교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역의 형태들에 대해 “우리는 이것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갖게 됩니다. 혹시 세상 정부와 타협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뱀같이 지혜롭게 하라는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행하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인지 하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러한 질문이 왜 필요한가?”라고 말하겠지만 사실 우리는 오랫동안 분별의 차이라는 것 때문에 서로 같지 않은 것에 대해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고 지금도 그러한 달갑지 않은 유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제 우리는 겸허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뜻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필요할 것입니다. 선교사역의 다양성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현재 진행되는 사역들을 한층 강화시킬 수도 아니면 후퇴시킬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 여겨집니다. 바울 사도는 로마서에서 땅 끝(서바나)까지 가려는 선교의 비전(롬 15:23,28)을 제시하면서 먼저 성도 간에 일어나는 미묘한 갈등과 차이들에 대해 다룹니다(롬14장). 그리고 “서로 뜻이 같게 하여 주사 한 마음과 한 입으로 … 서로 받으라”(롬 15:6~7)고 권면합니다.

 선교는 선교사만의 전유물이 아니기에 성도들이 모두 동역자가 되고 국내의 모임들이 마음을 모으고 호흡을 맞추어 이 거룩한 사명을 수행해 가야만 합니다. 이렇게 할 때 선교사역은 탄력을 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지지부진하게 될 것이 자명합니다. 나와 같지 않으면 터부시하고 부정해버리는 영적 미숙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선교를 위대하다고 말하는 것은 문화와 풍습이 다른, 나와 같지 않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이며,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곧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죄인을 받아주시며 사랑하사 아들을 내어주신 하나님의 사랑 때문입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내가 어떻게 분별하느냐 하는 것 보다 하나님이 어떻게 보시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이 보시는 관점을 수용해야 합니다. 구약의 별난 선지자 요나는 하나님께서 다루심으로 자신이 가진 편견과 고정관념이 깨뜨려 지고 참으로 하나님이 보시는 바가 어떤 것임을 배워야 했습니다. 하나님이 어떻게 보시느냐는 것은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행하심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은 그분이 단조로운 분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모든 생물들은 각기 종(種)류대로 존재하여 같음을 유지하면서도 같은 종(種) 안에 개체들은 결코 서로 같지 않으며 이것은 하나님의 사역의 특성입니다. 겨울철에 쏟아지는 엄청난 눈 꽃송이의 모양도 제각각 다르며 세상의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같지 않다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의 위대함입니다.

 바벨론에서의 오랜 포로 생활을 끝내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는 두 인물이 있습니다. 에스라는 멀고도 험한 귀환 길에 군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하나님만 의지한 채 돌아왔습니다. 그는 오히려 왕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습니다(에스라 8:22). 그러나 느헤미야는 왕이 보낸 군대장관과 마병들의 호위를 받으며(느 2:9) 귀환합니다. 에스라나 그와 함께 했던 사람들이 볼 때 이것은 대단히 육신적이요 불신앙의 행위이며 서로 분별이 달라 함께 할 수 없다고 할 만큼이나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고 말합니다.

 바울 사도는 유대인들을 고려하여 부친이 헬라인이었던 디모데에게 할례를 행하였습니다(행 16:3). 이것으로 인해 우리는 바울 사도가 변질되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 그렇게 했기 때문입니다(고전 9:19~20). 그러나 그가 “율법이냐? 은혜의 복음이냐?”를 논하는 자리에서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디도에게 할례를 행하지 않음으로써 결코 타협하지 않았습니다(갈 2:3). 이렇듯 믿음의 두 아들이었던 디모데와 디도에게 바울 사도는 매우 다르게 행했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활동은 매우 다양함을 성경은 직접적으로 말씀하십니다. “은사는 여러 가지나 성령은 같고 직임은 여러 가지나 주는 같으며 역사는 여러 가지 하나님은 같으니”(고전 12:4~6).

 하나님이 행하시는 사역의 다양함을 수용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진리를 위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는 위대한 지상과업에 함께 수고하는 자가 될 것입니다. 진정으로 우리는 모든 하나님의 사역에서 그분께서 온전한 자유를 가지실 수 있도록 해드려야만 합니다. 나와 같지 않은 성도, 내가 공감하지 않은 사역들에 대해서도 기뻐하고 성령님께서 행하시는 그 다양한 사역들로 인해 하나님께 영광과 찬양을 드리도록 합시다. 예나 지금이나 다양하게 역사하시는 하나님께 존귀와 영광을 돌립니다.

유영순(목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