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지구상에서 선교의 관점으로 주목을 받는 곳은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되어 있으면서도 복음을 들어보지 못한 부족들이 많은 북위 10도와 40도 사이, 즉 10/40 window에 위치한 지역이다. 금세기에 들어서 동남아의 여러 섬나라들과 내륙의 미전도 종족들에게 복음이 증거 되고 있다. 이제는 이슬람권이 마지막 장벽으로 대두되면서 점점 하나님의 역사의 페이지가 넘겨지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 끝에는 작지만 큰 나라로 불리는 이스라엘이 있다. 세계의 눈이 항시 고정되는 곳이 된 예루살렘이 탐험가의 눈에 북극점에 꽂힌 깃대처럼 저만치 보이는 듯하다.

 21세기에 들어서 어떤 나라들에서는 해외선교에 대한 열정이 식어지고 있다는데, 이 열린 선교사역에 대한 관심과 함께 그 열정이 우리에게는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며, 이것은 크나큰 하나님의 은혜요,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로 생각한다.

<성>

 평화의 도성이라고 일컫는 예루살렘, 과거의 예루살렘과 오늘의 예루살렘은 어떻게 달라져 있는가? 인류의 역사에서 문명의 발상지가 메소포타미아라고 한다면 복음의 발상지는 예루살렘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교회가 세워진 곳이요, 성경대로 주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어린양으로 세상에 오셔서 인류의 죄를 지고 골고다 언덕길을 오르신 곳이며, 마침내 ‘다 이루었다'는 마지막 말씀을 하시고 죽으신 후 무덤에 장사되시고 성경대로 사흘 만에 부활하사 예루살렘 성 동편에 있는 감람산에서 하늘로 가신 곳이다. 올라가실 때에 하늘로 올리우신 이 예수는 하늘로 가심을 본 그대로 오신다는 소리를 제자들과 그곳에 모인 자들은 들었다(행 1:10-11). 곧이어 예루살렘에서는 믿는 유대인들이 다락방에 모였고, 그때 그들은 기도했다. 오순절에 이르러서 성령님이 강림하시고 성령에 감동을 받은 제자들이 복음을 외쳤을 때, 하루에 삼천 명이나 되는 유대인들이 자기들이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주 예수께 대한 믿음을 고백하고 돌아오는 역사가 일어나면서 예루살렘 교회는 큰 세력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행 1-2장). 그로부터 이천년 가까이 지난 현재의 예루살렘은 언제나 태풍의 눈처럼 매스컴에 등장하는 곳이 되었다. 오늘도 그곳에서의 마찰음이 우리의 귀에 들리면서 때로는 마음을 졸이게 한다.

행여나 저러다 진짜 큰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사면초가 같은 상황에서 아랍국들의 시기와 미움과 적개심을 받으면서도 저토록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이유가 뭘까? 어느 순간에 지중해 속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성경의 예언대로 A.D. 70년에 세계로 흩어진 유대민족이 20세기에 이르러서 기적같이 부활하긴 했건만, 작금의 현실 앞에 예루살렘은 더 이상 옛날 사도들의 복음전파로 말미암아 피어올랐던 복음의 불꽃과 호산나를 외치는 찬송을 들을 수 없는 성이 되고 말았다.

<문>

“하나님이 전도할 문을 우리에게 열어 주사 그리스도의 비밀을 말하게 하시기를 구하라”(골 4:3)

 이스라엘에서의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박해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나 예루살렘은 더더욱 심한 곳이다. 나라 전체에 명목상이나마 그리스도인의 숫자는 매우 적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모든 기독교인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에 매일같이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드는 가운데서도 정작 그곳은 그리스도인들이 드러내 놓고 선교할 수 있는 곳이 못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예수님을 믿지는 않지만, 신약성경의 배경이 되는 곳곳에 성지순례자들을 맞이하는 상술을 발휘하여 특수를 누리면서도 예수님과 복음에 관해서는 철저히 문을 닫고 있다.

 이처럼 복음에 대해 문을 굳게 닫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를 꼽으라면 아마도 동양에는 북한일 것이다. 북한은 과거에 평양을 위시하여 복음이 꽃피웠고 걸출한 믿음의 종들을 배출한 곳이다. 그런가하면 서구에서는 중동의 이슬람권을 들 수도 있으나, 어떤 면에서는 이스라엘이 서로 닮은꼴을 하고 있다. 이 한반도의 북쪽에는 소위 공산당의 자물쇠 때문에 인민들이 배고픔과 고통의 신음을 하고 있다. 북한은 문을 굳게 닫아 걸고는 어떤 외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막무가내로 거부하는 지배자들 때문에 복음의 문이 사실상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모든 면에서 열려있는 부강한 나라로 자유롭게 무역하며 세계인들이 관광차 왕래하지만 이곳 역시 여전히 유대인들은 복음에 관한한 문을 굳게 닫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런 나라에 복음의 문이 활짝 열릴 날이 올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때가 언제일까? 우리는 유감스럽게도 그날에 대해 알 수가 없다. 오직 하나님이 복음의 문을 열어 주셔야만 가능할 것이다.

<길>

“몇 사람이 안디옥에 이르러 헬라인에게도 말하여 주 예수를 전파하니”(행 11:20)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모든 만물에 길을 만들어 놓으셨다. 별이 가는 길이 있고 물과 바람도 길을 따라 간다. 이렇듯 역사적으로 볼 때 복음도 길을 따라 갔다. 예루살렘에서 시작되어 유대와 사마리아로 전파되면서 급기야는 예루살렘의 북쪽에 위치한 이방인의 도시인 수리아 안디옥에 핍박을 피해 갔던 그리스도인들에 의해 복음이 전해졌다. 당시 안디옥은 ‘북쪽의 파리', ‘동양의 여왕'으로 불리던 아름답고 화려한 무역의 도시로 수많은 사람들의 왕래가 이루어지던 교통중심도시였다. 이곳에 복음의 길이 열린 것이다. 초대교회 당시 안디옥은 로마와 알렉산드리아와 함께 거대로마제국의 3대 도시 가운데 하나였다. 여기에 세워진 안디옥교회는 사도바울과 바나바를 최초로 서방에 선교사로 파송하게 되므로 복음은 서진(西進)하게 된다(행 13장). 물론 이 복음이 서진하는 데는 성령님께서 길을 여시므로 가능케 된 것이고, 성령님은 이 복음이 당시의 모든 길이 통하는 로마에 이르게 하신 것이다. 계속해서 복음은 유럽을 평정하고 아메리카 대륙을 건넌 후 아시아대륙에 이르게 되면서 이 시대에 이 땅에 태어난 우리도 그 수혜자가 되었다. 이 복음이 지나온 길의 역사를 살펴보면 놀라움에 감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복음은 아시아에서 사막(회교국)을 건너야하는 4개의 긴 다리(지도상-파키스탄, 이란, 이라크, 요르단)가 남아 있는 것이다. 중국대륙에도 얼마 전에는 실크로드를 따라 서쪽에 위치한 지구의 지붕이라는 티베트까지 소위 ‘하늘열차'가 달리며 점점 복음이 서진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지 않은가?

 모임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우리도 복음의 서진하는 대열에서 많은 복음의 일군들이 일어나게 되었고 또 선교사들이 보냄을 받아 예루살렘을 건너다보는 길목에까지 이르고 있다.

<때>

“주께서 이스라엘 나라를 회복하심이 이때니이까”(행 1:6)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실 때부터 시간에 대해 철저한 분이신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은 하루하루 만드실 것들을 만드시고, 먼저 만드실 것과 나중에 만드실 것을 구분하시기도 하셨으며,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만드시되 남자를 먼저 만드시고 맨 마지막 날에 만드신 것도 필시 이유가 있으실 것이다. 즉 사람을 먼저 만드시면 하나님의 일에 일일이 간섭할 것이 아니겠는가? 어쩌면 모든 것을 하루에 다 만들자고 제안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오늘날처럼 주 5일 근무방식으로 닷새 동안만 일하고 이틀 연휴하자고 졸랐을 수도 있을 것이나, 하나님은 모든 것을 때를 따라 하시고 하나님의 시간에 일을 마치셨다. 지금은 역사의 모래시계는 세상의 마지막을 알리는 한줌의 모래만 남기고 있다는 생각이나, 남은 마지막 구간을 어떻게 복음으로 길을 내며 평탄케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이다.

<우리의 사명, 우리의 역할>

 복음은 역사상 서진을 계속해 왔고 이제 그 출발점인 예루살렘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하나님의 마음은 과거나 지금이나 모든 민족, 모든 사람들을 향하여 열려 있으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째, 동서남북의 종들을 도우라.

 누군가가 예루살렘에 가서 복음을 전한다고 해서 주님의 계획이 곧 마쳐지리라고 생각하면 되겠는가? 농부의 마음은 과연 농지의 한쪽에만 있는 것이겠는가? 일꾼들에게 산 넘어 골짜기의 밭과 강 건너 들판과 뒷동산 위에 있는 전지에도 골고루 심고 가꾸라고 명하시지 한 곳만 고집하라고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어떤 이는 동(東)으로, 어떤 이는 서(西)로, 남(南)으로, 북(北)으로 갔다. 정말 충성된 종들이다. 주인의 마음은 추수하여 들일 곳간에 있는 것, 종들은 부지런히 농사하여 주인의 기쁨에 동참하는 즐거움을 위해 지금도 각처에서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며 땀을 흘리는 것이 아닌가?

 복음이 지구를 돌아 다시 출발지인 예루살렘으로 당도하게 하려면 먼저 만국에 이 복음이 골고루 전파되도록 하는 것이다.

 주님은 마태복음 22장에서 비유를 말씀하실 때 종들을 사거리로 보내어 사람을 만나는 대로 혼인 잔치에 청하여 오라고 명하신 것을 기억하게 된다. 복음이 그동안 사방으로 전파되면서 1900년 동안 숱한 종들이 자신들의 생을 헌신했다. 성령님은 이렇게 헌신된 종들의 마음을 감동시키시며 저들과 함께 역사하시면서 하나님의 눈은 세계 곳곳 구석구석 모든 영혼들이 복음을 들을 수 있도록 하시는 가운데 이제 아시아 대륙의 영혼들에게 역사하시기 시작하신 것이다.

 이 일에 귀하게 쓰임을 받은 종들 중에 150년 전에 세계인구의 사분의 일이 사는 중국이라는 깊은 물에 그물을 내리기 위해 왔던 영국의 허드슨 테일러를 생각하게 된다. 그는 “내게 천 번의 삶이 주어진다 해도 천 번의 삶 모두 중국을 위해 쓸 것이다.”라고 고백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그 큰 대륙에 사는 수많은 영혼들이 복음을 들었고 그들 중에 복음의 서진을 위해 헌신된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이와 같은 성령님의 역사가 오늘날 우리나라의 종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으며, 많은 성도들과 교회들이 기도하며 일꾼들을 꾸준히 파송하며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하늘 아버지의 마음에 웃음을 드린 것이라 믿는다.

 예루살렘에 선교사를 파송하는 직항로를 개설한다고 해서 당장 세계복음화가 이루어진다든지 주님이 당장오시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동서남북으로 복음의 전령사들이 가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며, 우리의 역할이다. 이렇게 할 때, 때가 되면 하나님의 시간에 지금까지 역사해 오신 성령님께서 직접 길을 여시고 초대교회시대처럼 예루살렘에도 복음의 문이 다시 열리도록 하실 것이라 믿는다.

 둘째, 복음을 위해 하나가 되라.

 선교는 우리 개인의 이해관계나 명예, 또는 개인의 유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사업이며 우리는 한 므나씩 받은 종들이다(눅 19장). 주님은 우리에게 균등하게 영적재능이나 시간, 물질 등의 하늘의 자원을 주신다. 주님이 세상에 오셔서 “인자의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눅 19:10)고 말씀하시며 복음의 기초를 이루시고 나머지 사업은 제자들에게 맡기시고 그 계획과 책임과 임무를 부여하시고 다시 돌아오셔서 일한 대로 갚아 주실 것을 약속하시고 오셨던 하늘로 떠나셨다.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막 16:15)

 이 세계복음화의 프로젝트에는 너와 나의 이해관계는 별 의미가 없다. 오로지 하나가 되어 사단의 저지와 훼방에 맞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한 팀이요, 동역자들이요 한 회사의 직원들이며, 한 주인의 명령에 순종하는 종일 뿐임을 기억하자! 우리가 위대해서 부르신 것이 아니다. 우리가 혹 무슨 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다. 오직 그분께서 긍휼히 여기시고 자기 피로 구원하셔서 하늘의 자원을 주시고, 천사들도 흠모하는 복음을 우리에게 맡기시고 하나가 되어 각자의 맡은 바를 충성을 다하여 장사하라고 하신 것이 아니겠는가?

 셋째, 이기심을 버리라.

 우리의 영적인 삶에 최대의 장애물이 있다면 이기심일 것이다. 이기심은 시야를 좁게 만들고 대인관계에서 사랑을 훼손하며 타민족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 수 없게 한다. 따라서 복음을 모르는 영혼들을 무심하게 보며 그들을 향한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없기에 어떤 희생도 헌신도 불가능하게 만들며 특히 해외선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복음을 듣고 구원받은 것은 지난날 저들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다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해외선교를 후원하는 일은 여러 가지 면에서 사는 길이 된다.

 영국에서 인도로 간 윌리암 캐리는 ‘나는 영국을 구하기 위해 간다'고 했다. 실제로 그를 보낸 영국은 그때 더욱 영적으로 깨어 일어났다.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 헌신된 삶을 살면 하나님은 우리를 더 풍성케 하신다는 약속을 생각하게 된다.

“흩어 구제하여도 더욱 부하게 되는 일이 있나니 과도히 아껴도 가난하게 될 뿐 이니라 구제를 좋아하는 자는 풍족하여질 것이요 남을 윤택하게 하는 자는 윤택하여지리라”(잠 11:24-25)

 필자가 사는 이곳에는 거대한 사력(砂礫: 모래와 자갈로 축조됨, 물이 넘치면 붕괴된다)댐인 소양강댐이 있다. 댐 안의 풍부한 수원(水源)처럼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 이 물이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 우리를 부르신 목적에 부응하는 삶을 사는 것이 될 것이다. 주님과 복음을 위해 물질과 인적자원을 드릴 때 주님은 또 우리의 쓸 것과 영적인 자원을 채워주실 것이다. 만약에 우리가 인적 물적 자원들을 나만을 위해 사용코자 한다면 댐의 수로를 막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붕괴의 위험이나 부패의 위험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나의 하나님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광 가운데 그 풍성한 대로 너희 모든 쓸 것을 채우시리라”(빌 4:19)

 결론적으로 복음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는 모든 과정과 결과는 하나님께서 계획하신대로 이루시리라 믿는다. 우리에게는 문이 열리게 하거나 시간을 조정할 아무런 힘도 권리도 없다. 다만 우리는 그분 앞에 무익한 종들일 뿐이다. 우리는 복음에 빚진 자들이다. 우리가 이것을 인식하고 이 선교에 어떤 모양으로도 동참하게 된다면 우리는 하나님의 계획에 의한 복음의 예루살렘을 향한 여정에 함께 하는 것이고 틀림없이 그의 풍성함을 체험하리라 믿는다. 이것이 또한 우리와 지역모임이 사는 길이 될 것이다.

전 재 유(춘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