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복음 사역의 아름다운 동역
2천년 기독교 역사 중 ‘복음 전파 사역'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간 사용된 수없이 많은 용어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용어가 있다면 그것은 ‘동역'이라는 단어이리라. 성경적인 의미에서의 동역은 사도 바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심으로 서서 한 뜻으로 복음의 신앙을 위하여 협력하는 것”이다(빌 1:27). 그리고 이같은 의미를 가진 동역이라는 낱말 보다 온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경륜을 성취하는 수단을 표현하는 말은 없을 것이다. 실로 삼위일체 하나님은 영원 전부터 온 우주를 향한 창조계획과 타락한 인류를 향한 구속계획을 논의하시고 동역하셨다. 그렇지만 역으로 기독교 교회사를 살펴볼 때 ‘복음 전파 사역'에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동역이었다는 점과, 또한 현존하는 주님의 몸된 교회 안에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 동역이라는 점을 상식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따라서 주님의 사역을 감당하면서 교회 간에, 일꾼간에 ‘동역'을 잘하고 있다면 그것처럼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실제적으로 한 교회 안에서도 아름다운 동역을 실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진정한 동역을 이루려면 그만큼 상호간의 신뢰와 사랑, 그리고 상대방의 사역과 그 은사에 대한 존중과 겸손한 태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해 한 교회 안에서 성도들이 동역한다는 것은 너무도 놀라운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연합과 일치를 이루는 모임에 복 주시고 상호간에 동역하는 것을 가장 기뻐하시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교회 안에서 그처럼 훌륭한 동역의 결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주님의 사역이 번창하고 성도들의 삶이 풍성해지는 결실을 맺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동역의 관계가 선교지에까지 확장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다시 말하면, 파송받은 선교사들과 그 선교사들을 파송한 교회들 간에 지속적으로 아름다운 동역을 한다면 얼마나 놀랍겠는가! 단지 무책임하게 파송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선교사와 파송 교회가 어떻게 동역하면 좋겠는가? 그리고 그같은 동역의 내용은 무엇이고, 어떻게 그 동역을 위해 힘써야 하겠는가? 여기서 우리는 먼저 성경에 나타난 선교사와 파송 교회와의 동역의 실례들을 살펴봄으로 그 답변들을 얻도록 하자.

Ⅱ. 성자와 성부 하나님과의 동역
앞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성경적인 의미에서의 가장 탁월한 동역의 실례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동역이다. 특별히 성부 하나님의 타락한 인류를 향한 사랑을 인식하사 천상의 영광과 보좌를 버리시고 세상으로 파송 받아 오신 예수님을 생각해 보라.
“아버지께서 나를 세상에 보내신 것 같이 나도 저희를 세상에 보내었고...”(요 17:18)
여기서 ‘보내신'이나 ‘보내었고'라는 말은 본래 헬라어 ‘아포스톨로스'(‘사도'- ‘보냄 받은 자'란 뜻)에서 파생한 용어이다. 여기에서 영어 미션(Mission)이 나왔고, 이 말에서 ‘선교사'라는 우리 말이 생겨났다. 이같은 측면에서 주 예수 그리스도는 세상으로 보냄 받은 인류 최초의 선교사이시다. 그리고 성자 예수님을 파송하신 성부 하나님은, 성령과 더불어 파송 교회적 성격을 띄고 성자와 동역하신 분이시다. 사복음서에 보면 성자께서 언제나 성부 하나님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동역하시는 장면이 무수히 많이 나와 있다. 둘 사이에는 솔직한 의사 소통이 있었고, 그러면서도 둘 간에는 사역에 있어서의 독립성과 그 일에 대한 신뢰감이 존재하였다.
이같은 면을 오늘날 선교사와 파송 교회들도 본받으면 좋을 것이다. 먼저는 선교사는 지속적으로 파송한 교회에게 선교지의 상황과 기도제목을 진솔하게 나누는 노력이 필요하다. 때로는 번거롭지만 월 1회, 혹은 격월에 한번이라도 정규적으로 선교지의 상황을 지역 교회에 알리면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파송한 교회가 선교사의 사역을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그 사역의 내용을 좌지우지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선교사의 중요한 사역 방향에 관해서는 파송 교회와 협의 하에 조정할 것이지만 그 후에 구체적인 사역 내용은 선교사의 자율에 맡기고 도와야 한다.

Ⅲ. 바울과 바나바와 안디옥 교회의 동역
오순절 성령이 강림한 후에 예루살렘 교회가 신약 시대를 밝히는 최초의 교회로 탄생하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대교적이고 율법적인 관습과 행태, 그리고 사고체계를 확실히 벗지 못한 예루살렘 교회는 주님의 지상명령, 즉 전 세계를 향한 복음 증거 사명을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따라서 주님은 자꾸만 유대교인들에게만 복음을 전하려는 예루살렘 교회 성도들을 결국 박해를 통해서 흩으실 수 밖에 없었다(행 8:1). 그러자 성령께서는 좀더 다양한 인종들로 구성된 안디옥 교회를 들어 열방을 향한 최초의 선교 전초지로 삼게 되었다. 성령께서 주도권을 잡으시고 안디옥 교회 중에서 바울과 바나바를 타문화권 선교사로 부르시고 파송을 받게 하여 제 1차 선교 여행이 시작 되었다(행 13장). 그들은 대략 일 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지중해 연안의 여러 지역을 선교한 후에 다시 안디옥 교회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교회를 모아 하나님이 함께 행하신 모든 일과 이방인들에게 믿음의 문을 여신 것을 보고하고 제자들과 함께 오래 있으니라”(행 14:27,28).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이 있다. 그것은 당시는 오늘날과 같이 교통이나 통신 수단이 발달되지 않았을 때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하고 싶어도 선교 여행의 상황을 본국 파송교회에 전달할 수 없었다. 어쨌든 선교사들과 안디옥 교회의 관계를 통해 드러난 선교의 동역 원리가 있는데, 그것은 선교사는 파송 교회와 더불어 친밀한 관계를 맺어야 서로에게 유익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수 없다.

Ⅳ. 실제적으로 동역할 영역들
지역교회의 파송을 받아서 선교지로 간 선교사들과 그들을 파송한 교회들이 구체적으로 동역해야 할 내용들은 무엇인가? 대략적으로 중요한 것 몇 가지만 정리해 보자.
1)사역의 방향에 관한 동역.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선교사는 파송 교회와 더불어 자신이 집중하게 될 사역의 방향성에 대해서 나누어야 한다. 특히 파송한 교회의 인도자들과 더불어 충분한 교제를 통하여 사역의 방향을 정해야 한다. 분명한 사역의 목표가 있어야 서로가 그 사역을 위하여 기도하고 매진할 수 있다. 이 일을 위하여 상호간에 의사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사도 바울도 자신의 선교사역 계획과 의도를 고린도 교회에게 투명하게 나누었음을 이렇게 간증한다.
“내가 이 확신을 가지고 너희로 두 번 은혜를 얻게 하기 위하여 먼저 너희에게 이르렀다가 너희를 지나 마게도냐에 갔다가 다시 마게도냐에서 너희에게 가서 너희가 보내 줌으로 유대로 가기를 경영하였으니 이렇게 경영할 때에 어찌 경홀히 하였으리요 혹 경영하기를 육체를 좇아 경영하여 예 예 하고 아니 아니라 함이 없노라”(고후 1:15-17). 그는 자신의 선교 의도와 계획을 분명히 하였고, 언제나 그것에 대하여 교회와 나누는 것에 있어 거리낌이 없었다.

2)물질적인 동역. 한 마디로 선교사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재정을 후원하는 동역이 필요하다.
이같은 선교 후원비는 하나님 앞에서 아름다운 헌물이다(빌 4:10-12). 파송 교회가 존재하는 한 선교사들을 위한 사랑의 헌금을 보내므로 동역하겠다는 결연한 자세와 헌신이 필요하다.
여기서 잠시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 근교에 위치한 헤어헤븐 교회를 실례로 살펴보자. 그 교회는 과거 진 깁슨 형님과 맥도날드 형님이 제자훈련원을 운영하면서(현재는 연로하셔서 감당하지 못하고 계시며, 그분의 제자로서 남미 선교를 감당했던 형제님이 5개월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음) 성도들을 주님의 제자로 훈련하여 주님의 제자로서의 헌신된 삶을 살도록 돕는 일에 힘쓰는 교회로 유명한 교회이다. 대략 사백 명이 넘는 성도를 둔 이 교회는 전 세계로 9가정의 선교사들을 직접 파송할 뿐 아니라, 전적으로 물질을 후원하면서 선교사역에 힘쓰고 있다. 일반적으로 교회 재정의 45% 이상을 선교 후원비로 사용하고 있는 이 교회는 실로 여러 면에서 본받아야 할 모범적인 교회이다.

3)기도의 동역. 영적 전쟁의 최전선에 나가 있는 선교사 가정을 위하여 기도하라. 진정 파송한 교회가 이들을 위하여 지속적인 중보기도로 동역하는 일만큼 중요한 사역도 없다.
사도 바울 역시 각 지역 교회에 편지를 쓰면서 꼭 빠짐없이 복음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자신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성령 안에서 기도하고 이를 위하여 깨어 구하기를 항상 힘쓰고 여러 성도들을 위하여 구하고 또 나를 위하여 구할 것은 네게 말씀을 주사 나로 입을 벌려 복음의 비밀을 담대히 알리게 하옵소서 할 것이니...”(엡 6:18,19)
또한 이같은 중보 기도 사역의 중요성은 과거 기독교 부흥의 역사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일반적으로 요한 웨슬레와 더불어 하나님이 일으키신 놀라운 부흥의 역사를 경험한 사람들의 비결에 대해 기도의 사람 바운즈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학자와는 거리가 멀었던 초기 감리교 설교자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잠깐 그 비결을 말해 본다면, 그들은 자신의 한계를 절실히 깨닫고 기도의 사람이 됨으로써 훌륭한 하나님의 일꾼들이 되었다는 것이다...기도는 하나님이 인간의 필요를 공급해 주시는 통로이다. 기도는 모든 좋은 것이 하나님으로부터 인간에게 흐르게 하는, 그리고 인간으로부터 인간에 흐르게 하는 복의 통로이다. 그러므로 사역자들과 그들의 사역을 위하여 기도하고 기도하라!”(바운즈의 ‘기도선집'에서)

4)선교지 방문을 통한 동역. 먼저 선교지의 필요에 따라 그것을 돕기 위해 일정기간을 체류하면서 선교사역을 돕는다. 예를 들면, 대학생 형제자매들이 한 달 이상 선교지에 체류하면서 현지 청년들에게 찬양이나 악기를 가르치거나, 선교사 자녀들의 한글 교육 등을 도울 수 있다.
지난 여름에도 우리 교회 청년들이 캄보디아 씨엠리엡에서 사역하는 조동현 형제 가정과 유창용 형제 가정을 방문하여 청년들에게 기타치기와 찬양을 가르치고, 선교사 자녀들의 공부를 도와 주고 온 일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이같은 사역은 선교사 가정에게 큰 격려와 위로를 주게 한다. 한번은 캄보디아 선교 여행에서 귀국하다가 방콕에서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침례교 출신인 친구 선교사 가정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곳에는 어떤 자매가 6개월간 그 선교사 자녀들의 공부를 돕기 위해 자원하여 와서 일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같은 동역이야 말로 선교사들로 하여금 자녀 교육의 고민을 덜게 하여 선교사 본연의 일에 충실하게 해주는 효과적인 동역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이 외에도 선교사와 파송 교회간에 힘 쓸 수 있는 동역들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진정 선교지의 ‘예배당 건축'이나 ‘선교사의 귀향에 대한 배려' 등 동역의 필요가 요청되는 것은 무수히 많다. 중요한 것은 교회들이 과연 동역할 마음이 있느냐는 것이리라!
“오직 너희는 그리스도 복음에 합당하게 생활하라 이는 내가 너희를 가보나 떠나 있으나 너희가 일심으로 서서 한 뜻으로 복음의 신앙을 위하여 협력하는 것과....”(빌 1:27)

송 기 섭(성남 수정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