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교회는 선교의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세계선교의 역사를 살펴보면 초대교회 이래 선교의 중심에는 하나님의 교회가 있었고, 교회 일군들을 통해 고난과 핍박 가운데서 끊임없이 하나님의 복음을 증거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일에 헌신해 왔다. 선교는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이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세상이 저희를 미워할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요 17:14-20) 주님이 걸어가신 동일한 길을 걸어갈 모든 믿는 자들을 위해 기도하셨다. 사도 바울은 선교의 모든 길에서 고난이 있을 것을 알았고,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에 동참하는 것을 기뻐하고 자신의 육체에 이 고난이 가득하길 원하고 스스로 그와 같은 길로 걸어갔다.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에 참여하는 선교사역에는 두 부류가 있다. 큰 고통 가운데도 하나님께만 토로하며 사람 앞에서 침묵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작은 고통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의 희생을 이야기하는 자도 있다. 우리 주위엔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에 동참하는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침묵하고 있는 수많은 일군들과 선교사들이 있다.
사도행전에는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 가운데 있는 세 사람의 사도 즉, 순교자 사도 야고보와 예루살렘 감옥 안의 베드로(행 12장), 그리고 빌립보 감옥에 갇힌 바울과 실라(행 16장)이다. 모두 다 생명의 마지막에 이른 것 같은 상황이었다. 베드로는 야고보처럼 내일이면 그도 순교해야할 그 밤에 그는 평안히 잠을 이루었다. 바울과 실라는 그 밤에 하나님께 기쁨의 찬양을 드렸다. 내일이면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그 밤에 안식하고 있는 베드로와 찬양하는 바울은, 오늘날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 그리고 자신의 세상적인 욕망과 쾌락으로 인해 잠못들고 있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참으로 대조적이다. 바울과 베드로와 야고보에게 있어서 죽음은 단지 기쁨의 십자가일 뿐이다. 그들은 그 선교의 십자가를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에 참여함으로 기뻐하고 자랑했다.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선교의 십자가를 더욱 사랑하고 싶다. 그리고 그 십자가로 인해 더욱 주님을 기뻐하며, 주님이 주신 참된 멍에와 짐으로 인해 진정한 쉼을 누리기를 원한다.

선교의 부흥은 바로 하나님 주권에 대한 깊은 신뢰와 믿음에서 일어나는 성령의 역사이다. 그것은 마치 도도한 강물이 흘러가듯 진행되는 성령을 통한 하나님의 역사이다. 그것은 자기중심적이며 인위적이며 배타적인 선교가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을 전적으로 인정하는 선교이다. 시대에 따라 선교를 이루는 방법과 수단은 변화할 수 있지만, 선교의 본질적인 자세는 결코 바뀔 수 없다. 선교 부흥은 바로 선교의 본질과 근거와 목적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자세가 어떠한가에 달려있다. 본질적인 측면에서 교회가 아무리 많은 선교사를 파송할지라도, 선교사가 목숨을 건 희생을 할지라도, 선교는 그 시작이 하나님으로부터 출발하며, 하나님에 의해 진행되며, 궁극적 책임도 하나님께 속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교회의 중요성이나 선교사의 희생을 간과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일 선교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을 잊어버리고, 선교사의 수와 선교지에 보이는 성과에 중점을 두게 되면, 선교의 주체는 하나님이 아니라, 선교사를 파송한 교회나 선교사 자신에게 초점이 맞추어지게 된다.
교회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신약교회를 세우기 위한 선교사역의 기초를 허물고 있는 두 가지 경향이 있다면 그것은 인본주의와 물량주의이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우리의 선교 사역 안에 이러한 인간적인 요소가 있지는 않는지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인본주의와 물량주의의 최종적인 목표는 “외형은 하나님의 모습이나 내용은 철저히 사람 중심의 생명 없는 양적 교세의 확대”이다. 이것은 중세시대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어온 어두운 기독교 역사의 표본이다. 교회가 선교 사역에서 얼마나 엄청난 영적인 전쟁 중에 있는가 하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의 싸움은 보이는 “혈과 육에 속한 것”이(엡 6:12) 아닐 뿐 아니라, 우리의 육신을 통해 “사람을 기쁘게 하는 종”이 되려는 인간적인 욕망과 본성과의 철저한 분리여야 하기 때문이다. 즉, 선교 사역은 외부로부터 어둠의 세력인 사단과의 영적인 전쟁이면서 내부로부터는 철저히 육체의 본성을 따라가려는 우리 자신(육신)과의 이중적인 전쟁이다.

선교 사역의 변치 않는 영원한 주제는 하나님의 사랑이다. 선교 부흥의 필요성은 현실적으로 여러 다양한 지역교회의 환경과 이유에서 출발하지만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선교 부흥의 동기는 하나님의 사랑이다. 바울은 마치 미친 것 같은 자신의 선교사역의 이면에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나타난 “그리스도의 사랑이 강권하시는 도다”(고후 5:14)라고 고백했다. 그의 선교 사역의 열정과 헌신과 충성의 근본은 바로 그리스도의 사랑이 자신을 불타게 했다고 간증한다. 선교는 그리스도의 사랑에 대한 우리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부흥은 그 사랑에 대한 회복에서 출발한다. 자신을 십자가에 버려 죄인된 우리를 사랑하신 주님의 사랑을 생각할 때 이 무한한 하나님의 사랑이 선교를 통해 전달되는 여러 영역에서 인간적인 편견이나 이해의 차이로 인해 제한되고 있다. 하나님의 사랑의 이름으로 행하는 선교에서 오히려 다른 사람을 향한 배타적인 태도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의 범위에는 제한이나 한계가 없다.
주님께서 죄인된 우리를 사랑으로 받아주셨듯이 선교는 상대를 전적으로 받아주는 인격적인 만남의 사역이다. 사마리아 우물가에서 사마리아 여인을 기다리신 주님의 사역은(요 4장) 선교가 만남을 통한 인격적인 관계임을 보여주셨다. 우리가 모든 문화와 이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그리스도의 사랑의 힘이다. 선교사는 복음을 들려주는 사람일 뿐, 그 자신이 사람의 마음을 바꾸거나 믿음을 심어주지 못한다. 그러므로 선교의 부흥은 오직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모든 장애를 극복하고 나아가는 장기적인 삶의 과정이다.


선교는 함께 이어 달리는 육상경기와 같다. 한 사람이 열심히 뛴 후에 다른 사람에게 바톤을 넘겨준다, 그도 열심히 자기 몫을 다한 후에 다른 사람에게 연결한다. 현재 달리는 것에 만족하거나 자만해서는 안되며,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달려갈 것인가에 있는 것이다. 각 주자마다 달리는 속도와 방법은 다르지만 그들은 하나의 동일한 목적을 향해 달려왔다. 지금은 선교의 힘이 많이 쇠약해 보이는 서구 교회가 한때는 전 세계를 향해 선교사를 파송하는 교회였다. 그들은 자기 삶의 영역을 넘어서 교회와 민족,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고 꿈꾸는 선교의 비전을 소유하였다.
교회와 성도들에게 선교의 비전을 공급하는 역할이 바로 교회 인도자들이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예루살렘과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8)는 비전을 말씀하셨다. 복음이 예루살렘과 유대사회에서 이방세계로의 넘어가야 할 것을 말씀하셨다. 단지 복음만 경계를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전도자 자신도 넘어가야 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하는 초대교회의 리더들은 세계선교를 향한 하나님의 비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여전히 유대인이라는 선민사상으로 받아들여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그들만을 위한 하나님의 복음으로 왜곡시켰다(행 10:28, 11:19). 이것이 바로 선교의 중심이 예루살렘에서 안디옥 교회로 전환된 근본적인 이유이다. 사도 베드로가 고넬료에게 복음을 전하면서 “유대인으로서 위법”이라고 말하는 것과 핍박으로 인해 사마리아 땅으로 흩어진 성도들이 유대인들에게만 복음을 전하는 것은 하나님의 선교의 열정과 비전이 얼마나 전통적 가치관에 의해 제한되고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 시대에 하나님의 예비하신 세계선교의 비전을 인식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품은 선교사가 예비 되었는데, 그가 바로 열린 마음으로 이방인을 향한 사도로 자처한 바울이다. 바울의 세계관에서 이방인과 유대인의 분리는 복음에서 발견할 수 없었다. 초대교회의 선교는 전통적 가치관의 경계를 넘어가는 고난의 사역이었고,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바울을 사용하신 이유이다. 예루살렘 교회는 바울을 품을 수 없었고, 선교 부흥의 사역이 예루살렘 교회에서 자연스럽게 안디옥 교회로 전환되는 과정은 바로 바울이라는 하나님의 마음을 품은 인도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선교에 대한 교회의 편견과 성장하지 못하는 현상의 중심에 바로 교회의 인도자들이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묵시(비전-Revelation)가 없으면 백성이 방자히 행하거니와 율법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느니라”(잠 29:18) 진정한 비전은 우리가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으로부터 계시(Reveal)되는 것이다. 말씀을 기억하고 붙잡는 인도자들과 교회에게 하나님은 꿈을 주신다. 안디옥 교회는 국제적인 감각을 지닌 일군들로 가득한 교회였다. 니게르(‘검다'라는 라틴어 별칭)라는 흑인 시므온과 아프리카 구레네 출신 루기오 그리고 갈릴리와 베뢰아 지역의 분봉왕 헤롯의 젖동생 마나엔 및 바울이다. 흑인 시므온, 아프리카 출신 루기오, 권력자의 젖동생 마나엔 그리고 이중 국적자 바울이 동역하고 있는 교회가 바로 안디옥 교회이다. 그곳에는 인종과 국적을 뛰어넘어 믿음 안에서 세상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자들이 교회의 인도자로 자리하고 있었다. 교회가 이들과 함께 깨어 금식하며 기도할 때 하나님은 그들에게 비전을 보여 주셨다. 이들이 왜 예루살렘 교회가 아닌 안디옥 교회에서 주님을 섬겼을까, 예루살렘이 현재를 위한 교회라면 안디옥은 미래를 위한 교회였다. 안디옥 교회를 생각하면 할수록, 이 시대에 우리에게 안디옥 교회의 인도자들과 같이 참으로 복음과 진리 안에서 열린 마음과 비전을 지닌 리더들을 세워 달라는 간절한 기도가 선교 부흥의 원동력이라 확신한다.


사도행전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계속 진행중이다. 비록 28장으로 끝을 맺고 있지만 성령의 활동은 중단되지 않았다. 성령의 물결은 세대를 일관하여 흐르고 있는데, 그것은 계속해서 “땅 끝까지” 이르는 전진하는 모습이다. 불행하게도, 교회 역사를 주도하는 살아있는 성령의 흐름이 계속 시대에 따라 변화하며 전진해서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미 하나님의 교회에 위대하게 사용되고 공헌한 바 있는 성도들을 통해 방대한 유산을 이어 받고 있다. 그런즉 우리가 이어받은 그 유산의 귀중성을 정당히 평가하고 하나님께 감사를 표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우리가 그 시대의 인물로 다시 되돌아 가려하는 것은 이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목적에 이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18세기의 웨슬레와 같은 인물이 주님께 크게 소용되었으나, 오늘날 20세기에는 그다지 적절한 인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국교회는 선교의 역사에 있어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것은 제 2세대로 표현되는 20대 청년들의 등장이다. 60년대 모임의 초기에 헌신했던 1세대(5-60대)와 그들을 통해 복음을 듣고 일군으로 성장한 1.5세대(40대)와 그와 같은 믿음에 토대를 둔 가정에서 성장한 제 2세대들이 현재 한국 모임의 청년들이다. 이들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것만이 선교 부흥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들은 부모 세대들이 얼마나 교회를 사랑하고 헌신하였는가를 경험하면서 자라왔다. 그들의 내면에 깊이 자리한 복음과 교회를 향한 사랑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이다.
확신컨대, 하나님은 이 시대의 ‘무디'와 ‘허드슨 테일러' 같은 일군을 이미 청년 가운데서 예비하고 계신다. 하나님의 선하신 기쁨이 머무는 선교 부흥이라는 이 시대의 도도한 성령의 흐름에 순종할 때 그곳에 결코 믿음의 ‘후손'인 청년들이 끊어지지 아니한다. 비록 그들이 아직 부족함이 있을 지라도 교회의 중요한 일군과 동역자로 인식하고 세워나가는 것이 우리의 미래이다. 청년들 속에 하나님이 주신 복음의 열정을 교회가 포용하고 그들과 더불어 21세기 선교한국의 새로운 역사의 지평을 열어가자

전충환(부산연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