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아이들이 좋았고 교직은 내겐 천직이란 생각 속에 오랜 교사 생활을 하던 중 내겐 또 하나의 눌림이 있어 정년을 10년 앞두고 그만 두겠노라고 주님 앞에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교직에 조기 명퇴 바람이 불어 내가 계획했던 것 보다 3년을 더 빨리 퇴직을 하였지만 교사의 부족으로 3년을 계속 학교에 더 근무를 해야만 했다. 2002년은 주님 앞에 다짐을 했던 해로 주님께서 어떤 계획으로 인도하실지 기대를 하면서 새해를 맞이하던 중 몽골의 정 형제님 부부께서 한국으로 오셨고, 노량진 교회에서 하는 경인지역 사역자들 모임에 참석을 하였다. 나는 음식 장만 봉사를 하고 있던 중 장로님들의 마음에 몽골로 가서 아이들 교육을 도와주는 일을 내가 해 주었으면 하셨고, 나 또한 이 길이 주님께서 인도하신 길임을 알고 순종하게 되었다. 얼마간이 될지는 모르나 우선 보여주시는 대로 순종하면 다음 길도 또 준비하실 주님께 맡기고 몽골 행 수속을 밟았다. 교회의 노 자매님들께서는 이제는 교회의 일을 해야하는데 먼 몽골까지 가느냐고 염려들을 하시면서도 이 일도 주님의 일인지라 더 필요한 곳에 먼저 보낼 거라면서도 서운해 하셨다. 교회의 노 성도님들과 장로님들의 배웅을 받으며 4월 17일 인천 공항으로 나왔다. 4시 25분발 비행기는 봄철 몽골 현지의 강한 바람 때문에 2시간 이상이나 늦게 떠나 밤 10시경에 울란바타르 공항에 도착했을 땐 NTM 선교사인 짐 형제님이 마중을 나와 주셨고, 다음날 주 1회 목요일에 한번 가는 운드르항 행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도록 정 형제님께서 준비를 해놓으셨다. 정 형제님 가족이 계신 운드르항은 울란바타르에서 300여Km 떨어진 곳으로 자동차로는 12 시간 이상이 걸려 비행기편을 예약 하셨으나 몽골의 봄철 날씨는 예측이 불가능해 바람이 세게 불면 결항하거나 떠난다해도 운드르항 쪽 기상이 안 좋으면 다른 지방 공항에 내려 주고는 그만인 몽골 사정 때문에 계속 좋은 날씨를 위해 기도하였고 나를 위해 한국에서 일을 해 한국말을 좀하고 영어도 좀 가능한 현지인 여자 한 분과 동행하여 함께 운드르항까지 한 시간 여 남짓 걸려 도착하였다. 모래 바람 속에 정 형제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셨고. 공항에서 가까운 형제님 댁에 도착하니 자매님과 이레, 진호, 에스더와 함께 팀사역을 하시는 미국인 선교사 댄과 로라리 부부가 반갑게 반겨 주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이 붉은 산, 끝없이 펼쳐진 황막한 벌판에 집집이 나무 판자나, 생철, 또는 철조망으로 담을 친 몽골인들의 집을 보니 1950년, 60년대의 나의 어린 시절 서울의 판자집들을 연상시키며 왠지 정감이 느껴짐은 그 시절 삶이 가난은 했으나 이웃간에 정겨웠던 옛 추억들이 내겐 그리운 향수가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들의 얼굴 모습, 입은 옷차림 모두 나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추위에 얼어 얼굴의 실핏줄이 발갛게 된 어린아이들의 얼굴과, 따뜻한 물이 부족해 닦지 못해 꾀죄죄한 모습, 잘 먹지 못해 윤기 없이 까칠한 얼굴 등은, 나의 초등 학교 시절 내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있는 듯 하나, 다른 점은 그때 한국엔 공중 목욕탕이 있었으나 이곳은 공중 목욕탕이 없다는 점이다. 언제든 원하면 더운물에 몸을 담그고 씻을 수 있다는 이 행복, 수도꼭지만 틀면 더운물 찬물이 줄줄 흐르고, 사용한 물을 그 자리에서 버릴 수 있는 하수도 시설이 얼마나 편리하며 감사한 것인지…그 동안 너무도 많은 면에서 혜택을 누리면서 살아 왔건만, 전혀 감사치도 않고 고마워하지도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정 형제님께서는 내게 몽골인들의 천막집인 겔을 형제님 집 바로 옆 공간에 세워 주셔서 낮엔 이레, 진호와 함께 공부하는 교실로 쓰면서, 몽골인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체험케 해주셨다. 천막집 위로는 연통이 나가는 구멍과 햇빛을 받을 수 있는 손바닥만한 유리창 3～4쪽이 있어 아침을 알리는 빛과 밤이면 그 유리창으로 반짝이는 별과 달님도 보이는, 참 낭만적인 몽골인들의 멋진 겔로, 공해가 없는 밤하늘에선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별들의 모습은 가슴 가득 찬양하고픈 주님의 아름다운 솜씨였다. 1973년 주님을 영접한 후 늘 마음 한 구석엔 난 아이들의 교사로 아동이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산골이던, 바닷가이던 어디든 가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 주님은 내 나라가 아닌 몽골로 보내셨음에 감사드렸다. 열심히 잘 따라 해주며 매사에 긍정적이던 이레와 진호, 특히 운동을 즐겨 잘하는 이레와, 늘 책읽기를 즐겨하고 한자공부를 아주 좋아해 중국으로 유학하여 중국 선교사로 갔으면 좋을 것 같은 진호, 샘이 많아 오빠들의 공부를 부러워하며 따라하는 에스더, 학교 생활 경험이 별로 없어 때묻지 않은 그들의 꿈은 아빠와 같은 선교사가 되어 일 하겠다는 열정이 대단하다. 팀선교로 일하는 두 가정이 비닐 하우스 농업으로 몽골 주민들에게 야채를 키우는 법과 야채를 먹는 법을 가르치면서, 야채를 먹지 않는 몽골인들에게 푸른 녹색 혁명을 일으키고 있으나, 편히 동물들만 풀밭으로 내 몰아 키우며 몇 백년을 살아온 이들에게 강수량이 적어 메마른 땅에 물을 길어 밭에 주면서 야채를 키우는 일들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씨앗이나 모종을 만들어 나누어주고 밭도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일구어 주고 지하수 물을 대어 주면서 또 비닐 하우스에서 재배한 호박도 나누어주면서, 채소를 어떻게 먹는지도 음식을 만들어 직접 시식을 시켜주고, 또 각 가정을 돌아다니며 밭의 작물도 돌봐 주면서 대민 접촉을 하고 있다. 이렇게 이웃과 신뢰를 쌓고 가깝게 지내면서 그들에게 정확한 복음을 전하기 위해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열심히 배우고 공부하며, 노력하는 형제님과 자매님의 모습에서 머지않아 몽골에서도 구원받은 영혼들이 교회로 모여 주님을 찬양하며 예배드릴 날이 곧 밝아 오는 것을 내다볼 수 있었다. 몽골에서의 농촌의 삶은 더 비참하다. 수도나 도시에서는 전기와 자동차와 교육의 혜택을 받으며 살고 있지만, 농촌은 전기도 없이 교육의 기회도 없이 그들이 강이라고 하는 우리네의 좀 넓은 도랑 같은 실개천 물을 길어다 식수로 살아가기 때문에 몽골인들은 간과 신장이 먼저 상한다고 한다. 맑고 깨끗한 지하수 공급이 필요하나 워낙 넓은 땅에 정착 생활이 아닌 유목 생활로 맑은 물 공급은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지만 반드시 공급을 해야할 일이다. 몽골인들의 삶과 우리의 삶을 비교하면 우리는 영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얼마나 축복을 받은 나라인지를 깨닫게 되고 내게 주신 좋은 것을 나만을 위해 쓸 것이 아니라 필요한 이웃과 함께 나눌 때 기쁨은 몇 배로 늘어 갈 것이다. 이런 힘든 곳에 가셔서 내가 누리고 받을 수 있는 혜택을 포기한 채 그 영혼들을 위해 일하는 선교사들을 위해 우리는 먼저 기도로 돕고, 내가 못하는 대신 그 일을 하시는 분을 위해 금전적으로 도울 수 있겠고, 필요에 따라 나처럼 직접적으로 복음을 들고 가지는 않을지라도 그들이 복음을 전하는 일 가운데 어려움이 될 수 있는 자녀 교육의 한 부분을 맡아 도와주는 단기간 봉사로 도울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공부를 가르치는 일로 오전 시간 내내 매어 달려 있어야만 하던 자매님은 그 시간에 언어 공부와 다른 것을 하실 수 있게 되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형제님의 일과 자매님이 도우실 수 있는 일에 시간을 사용하게 되어 함께 한 보람을 갖게 되었다. 팀선교 동역자인 댄 선교사의 집을 짓는 중에도 미국으로부터 5명의 성도들이 와서 일주일간 집 짓는 일에 봉사를 하고 떠나갔다. 우리는 선교한다고 하면 말씀을 들고 직접 나아가 복음을 전하는 것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일선에서 일하는 선교사들이 마음놓고 일 할 수 있게 그들의 작은 필요의 어느 한 부분을 돕는 일도 간접 선교의 일부분이 될 것이다. 주로 미국은 현지에 필요한 사역에 봉사 팀들이 많이 나와 일을 돕고 간다고 한다. 특히 오지의 선교일수록 집 짓기, 다리 놓기, 길 닦기 등에 많은 도움이 필요한 고로 다양하고 힘든 일의 경험은 선교지에서 크게 쓰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내게 주신 현재의 일들에 최선을 다하여 성실히 하고 있을 때, 주님께선 당신의 필요에 따라 요소 요소에서 쓰시므로 항상 주님께서 쓰시고자 하실 때 쓰임 받을 수 있는 깨끗한 그릇으로 준비되어 있는 일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임을 다시 한번 더 마음에 새기게 되었고. 또 주님이 부르실 때면 어디든 갈 준비가 되어 있다. 농사일로 선교를 하시는 형제님을 돕는 일은 농사를 지어 보신 분들이 도움을 주시면 참 효과적일 것 같다. 감자의 싹을 내서 심는 일이며 열매를 많이 얻기 위해 곁가지를 쳐주는 일이나 솎아 주는 일 등 실패를 거듭하며 겨우 배우고 있는데 그럴 때 곁에 경험자 한 분만 계셔도 큰 도움이 될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우선 생계유지가 힘든 그곳 사람들을 위해서는 공장을 운영하여 일자리를 만들어 주면서 도우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시장 터 거리에는 할 일이 없어 멍하니 앉아 있는 그들, 일을 하여 돈을 벌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놀고 있는 그 값싼 인력을 이용하여 물건을 생산해 팔면 좋을 것 같은데 그 일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정 형제님께서 하신 말 중 “내가 한국에서 농사를 조금이라도 지어 봤다면 얼마나 도움이 되었겠느냐”며 원예 책을 열심히 읽고 또 읽던 모습과 그 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다. 구 경 숙(노량진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