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전도 여행을 마치면서(행 18:18-22)
Finishing His Second Missionary Journey

사도 바울은 그의 4년 여에 걸친, 많은 희비가 엇갈린, 그러나 매우 성공적인 2차 전도 여행을 사실상 고린도에서 마무리하고 안디옥으로 돌아오는 여정에 올랐다. “바울은 더 여러 날 유하다가 형제들을 작별하고 배 타고 수리아로 떠나 갈 쌔 -”(18절)
여기 ‘수리아'는 지금의 시리아로서 바울이 그를 천거한 시리아 안디옥 교회를 향해 떠나는 것을 묘사한 것이다. 일 년 육 개 여 월 동안 주님 안에서 만나 주님의 사랑으로 교제하던 고린도 교회 “형제들을 작별하고” 떠나야 한 바울 사도의 심정이 그 때 어떠했을까? 그의 사명을 잘했다는 생각으로 홀가분 했을까, 아니면 어린 자녀들을 두고 멀리 떠나야 하는 부모의 마음처럼 무거웠을까? 아마 후자였을 것 같이 생각된다. 이는 바울이 그들의 영적 미숙의 징후와 그로 인해 일어날 그들의 불안한 미래를 간파하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울이 밀레도에서 에베소 교회 장로들과 작별할 때도 그들의 미래를 바라다 보며 그랬었기 때문이다. “너희는 자기를 위하여 또는 온 양 떼를 위하여 삼가라 --- 내가 떠난 후에 흉악한 이리가 너희에게 들어와서 그 양 떼를 아끼지 아니하며 또한 너희 중에서도 제자들을 끌어 자기를 좇게 하려고 어그러진 말을 하는 사람들이 일어날줄을 내가 아노니 그러므로 너희가 일깨어 내가 삼 년이나 밤낮 쉬지않고 눈물로 각 사람을 훈계하던 것을 기억하라”(행20:28-31)
여기서 우리는 우리 선교사 형제들이 그러한 계기에 가지게 되는 그들의 무거운 마음의 짐을 헤아려 보게 된다.

사도 바울은 겐그레아에서 서원이 있어 머리를 깎는 것을 보게 되는데, 바울이 겐그레아에서 서원을 하게 된 것은 아마도 그 동안 주님께서 그에게 베푸신 넘치는 은혜에 너무 감사하여 앞으로의 사역을 위해 주님 앞에 자기를 다시 구별하여 드리고 싶어, 그 예로서 “특별한 서원 곧 나실인의 서원”을 하게 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민 6:1-21). 이로 볼 때 2차 전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사도 바울의 모습은 주님의 은혜에 크게 감격하여 감사와 기쁨이 넘쳤던 것으로 보인다. 겐그레아는 고린도에서 동쪽으로 10km 정도 떨어져 있는 동쪽 항구인데 그곳에도 주님의 성도들이 모이는 교회가 있었다(롬 16:1).
사도 바울 일행은 겐그레아 항에서 배타고 에게 해(Aegean Sea)를 가로 질러 오늘날의 터키 서부에 위치한 에베소를 향해 떠났다. 에베소에 도착하여 그곳에 머무는 짧은 기간에도 바울은 기회를 놓칠세라 유대인 회당을 찾아 들어가 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변론한 것을 보게 된다. “에베소에 와서 --- 회당에 들어가서 유대인들과 변론하니”(19절) 그런데 의외로 그 변론은 유대인들에게 매우 유익했던 것 같다. 따라서 유대인 중 “여러 사람이 더 오래 있기를” 청하기까지 했다.

“만일 하나님의 뜻이면 너희에게 돌아 오리라!” 이 말에서 사도 바울의 신앙 자세와 그 중요성을 보게 된다. 바울은 자기가 자기 생애의 주인이 아니고 종이기에 자기 마음대로 무엇을 결정할 수 없고, 오직 그의 상전되신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무슨 일이든 해야 함을 알고 있었음을 보여 주는 말씀이다. 이에 그는 더 오래 머물러 달라는 여러 사람들의 요청을 사양하고 떠나면서 “만일 하나님의 뜻이면 너희에게 돌아오리라”고 약속이 아닌 약속을 했던 것이다. 만약 그가 자기 임의로 약속을 했다가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어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게 되고, 따라서 그의 신실성에도 손상이 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로써 하나님의 자녀는 장래를 위해 무슨 일을 계획할지라도 범사에 주님의 뜻을 구하고 헤아려서 행하여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면 그의 일이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아 큰 낭패를 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눅 12:16-21). 뿐만 아니라 그런 자세는, 즉 하나님의 뜻을 도외시하고 무슨 일을 자기 생각대로 계획한다면 그 자체가 “허탄한 자랑”을 자랑하는 것이 되고, 또 그러한 자랑은 “악한 것”이며, “죄”가 되는 것이다.
“들으라 너희 중에 말하기를 오늘이나 내일이나 우리가 아무 도시에 가서 거기서 일년을 유하며 장사하여 이를 보리라 하는 자들아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뇨 너희는 잠간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 너희가 도리어 말하기를 주의 뜻이면 우리가 살기도 하고 이것 저것을 하리라 할 것이거늘 이제 너희가 허탄한 자랑을 자랑하니 이러한 자랑은 다 악한 것이라 이러므로 사람이 선을 행할 줄 알고도 행치 아니하면 죄니라”(약 4:13-17)

바울이 에베소에서 얼마간 머물렀는지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여러 사람이 더 오래 있기를” 청한 것을 볼 때 오래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바울은 그곳에 머무는 짧은 기간에 에베소 사람들에 대한 영적으로 좋은 인상을 받고 또 그 잠재력을 본 것 같다. 이는 바울이 2차 전도 여행을 마치고 안디옥으로 돌아 온 후에 “얼마 있다가” 서둘러 떠난 것이나, 여행 중에 다른 곳에서는 별로 오래 지체하지 않고 에베소로 돌아 온 일이나, 또 에베소에 온 다음에 삼 년이나 “밤낮 쉬지 않고” 복음을 전하며 말씀을 가르친 것을 볼 때 그런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 순회 사역을 하는 주님의 종들에게도 참고가 되는 좋은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어느 지역에서는 다른 지역에서 보다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와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바울은 에베소를 떠나 가이사랴에서 상륙하여 “올라가 교회의 안부를 물은 후에 안디옥으로 내려가서”라고 기록한 것을 볼 때 바울은 가이사랴에서 상륙하여 곧바로 예루살렘으로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여기 “가이사랴에서 -- 올라가”, “안디옥으로 내려가서” 라고 한 말이 그것을 증거한다.
누가는 바울이 예루살렘에 올라가서 “교회의 안부를 물은 후에 안디옥으로 내려가서 얼마 있다가” 떠났다고만 기록하고 있을 뿐 다른 이야기가 없다. 이것은 바울이 예루살렘과 안디옥에서도 오래 머물지 않고 서둘러 3차 전도 여행을 떠난 인상을 받게 하는데, 왜 그렇게 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누가가 다른 지역들은 물론 이거니와 심지어 예루살렘과 안디옥까지 그저 경유지로서만 언급하고서(행 18:19-23), 곧바로 에베소에 대한 기사를 쓴 것을 보면 바울과 누가가 에베소를 예루살렘과 안디옥에 대해서보다 영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더 중요하고 가치 있게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서 신약 성경에는 에베소 교회에 대한 기사가 다른 어느 지역 교회에 대해서 보다 월등하게 많은 것을 보게 된다. 즉 사도행전 18:19-28과 19:1-41과 20:17-38과 디모데 전서, 디모데 후서, 그리고 요한계시록 2:1-7 등 무려 여섯 군데나 나온다. 또한 에베소 교회에는 바울, 게바, 실라, 아볼로, 누가, 디모데, 에라스도, 요한과 같은 주의 종들, 곧 영적 거성들이 다녀간 곳이기도 하다.

바울이 에베소 교회에 대해서 이렇게 심혈을 기울인 것은 이 에베소 교회를 주님의 목표하시며 사모하시는 바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른, 곧 “영광스러운 교회”로 세워서 모든 지역 교회의 모델로 삼기를 간절히 사모하며 애썼던 것이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된다(엡 4:1-16, 5:25-32, 골 1:25-29).

---- 박 준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