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께서 가라사대 가라 이 사람은 내 이름을 이방인과 임금들과 이스라엘 자손들 앞에 전하기 위하여 택한 나의 그릇이라”(행 9:15)

선교의 역사를 통해서 볼 때, “선교는 하나님이 친히 예비하시고 선택하시고 다듬은 그릇을 통해 친히 일하신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사도 바울은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고후 4:7)라고 고백했다. 하나님은 바울을 “나의 택한 그릇”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바울은 수십 년간의 선교 여행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질그릇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은 진흙으로 만든 질그릇 속에 하나님의 보배를 담아 사용하신다. 사도 바울 자신이 얼마나 형편없는 질그릇인가를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하나님은 비례적으로 그에게 더 풍성한 영적인 보배를 담도록 하셨다. 하나님은 이 놀라운 하나님의 복음을 사도 바울이라는 질그릇 속에 담아 세계 만방에 전하셨다. 바울은 세계 선교를 향한 “거룩한 비전”을 하나님께 받은 사람이었고, 하나님은 그 “질그릇”된 바울이 그가 가진 세계선교를 향한 열정과 도전 정신뿐 아니라 그의 직업도 사용하셨다. 매일의 삶을 통해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바울의 선교는 환상이 아니라, 삶 그 자체였다.

사도 바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주님을 영접한 후, 유대인들의 핍박으로 인해 길리기아 다소에 가서(행 9:30) 수년간 머물렀다. 예루살렘 교회의 핍박으로 안디옥 교회가 시작될 때 바나바는(행 11:25) 다소에 있던 바울을 안디옥으로 데리고 와서 함께 가르친 결과, 안디옥 교회는 세계선교를 감당할만한 교회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교회가 주님을 섬기며 세계선교를 위해 금식할 때 마침내 성령께서 안디옥 교회에게 “내가 불러 시키는 일을 위하여 바나바와 바울을 따로 세우라”(행 13:2)고 말씀하셨고, 교회는 두 사람을 선교사로 파송하였다. 사도 바울이 구원받고 안디옥 교회의 선교사로 파송되기까지 십여 년동안 사도 바울은 지역교회와 성도들을 섬겼고, 그는 목축업을 주생활 수단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 찬막 만드는 직업(Tent-making, 텐트메이킹)을 통해 그의 삶을 영위함으로써, 선교사로서의 삶 가운데 계속적으로 자신의 직업기술을 사용했다. 바울은 성령을 통해 안디옥 교회로부터 파송을 받은 선교사요, 목회자요, 그리고 전문 직업인 등 삼중적인 사역을 통해 이방인을 위한 복음 사역을 감당하였다.

전문 직업선교사 사도 바울
성경 가운데 전문 직업을 통한 자비량 선교의 가장 위대한 모범자는 텐트메이커 바울이었다. 바울과 바나바는 안디옥 교회에서 직업을 가지고 일하면서 교사로 봉사했고, 안디옥 교회에서 선교사로 파송된 후에도 종종 자신들의 직업을 통해 선교비를 부담하기도 했다. 그리고 바울 선교 사역의 가장 충실한 동역자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를 그리스도께 인도한 것도 바로 그들과 함께 같은 직장에서 텐트를 만들 때가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행 18:3).

그는 밀레도에서 자기가 행한 자비량 선교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아무의 은이나 금이나 의복을 탐하지 아니하였고 너희 아는 바에 이 손으로 나와 내 동행들의 쓰는 것을 당하여 범사에 너희에게 모본을 보였노니, 곧 이같이 수고하여 약한 사람들을 돕고 또 주 예수의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지니라”(행 20:33-35)

다른 한편 사도 바울은 자신이 3년간 사역한 고린도 교회를 향해 자신도 다른 사도처럼 마땅히 자신도 교회들의 지원을 받을 권한이 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고전 9장). 그리고 그 예로 구약성경에서 일한 제사장들이 제단의 제물에서 그들의 분깃을 얻었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뿐만 아니라 주께서도 “복음전하는 자들이 복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고전 9:14)고 명하셨음을 상기시키기도 하였다.

사도 바울의 직업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사도 바울은 놀랍게도 자신의 권리, 곧 생활비를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를 결코 사용하지 않았다고 세 번씩이나 술회했다(고전 9:12, 15, 18). 이런 점에서 사도 바울은 다른 사도들과는 예외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내가 이것을 하나도 쓰지 아니하였고 이 말을 하는 것은 내게 이같이 하여 달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차라리 죽을지 언정...... 누구든지 내 자랑하는 것을 헛된 데로 돌리지 못하게 하리라”(고전 9:15)
이것이 사도 바울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 가운데서 이룩한 사도행전의 세계선교의 역사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도전이며, 이 시대에 전문직에 종사하는 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주는 도전이라고 믿는다.

일군은 필요하다면 그 권한을 결코 사용하거나 기대하지도 말아야 한다. 2000년전 사도 바울은 오늘날 직업을 가진 수많은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주님께서 그들을 부르신 목적이 직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직업을 통해 자비량 선교를 함으로써 세계선교를 이룰수 있음을 우리가 깨닫기 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전심 선교사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전문직 직업선교사를 파송할 때, 세계선교의 비전은 이 시대에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직업을 통한 바울의 선교 사역
바울과 바나바는 비시디아와 안디옥과 갈라디아 도에서 자비량 선교를 했고,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등과 같은 별도의 팀이 구성된 후에도 선교비를 충당하기 위해 계속 일을 했다. 바울의 주목적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었고 천막을 만드는 직업은 단순히 그 도구에 불과했다. 그는 주님의 부활 이후에 부름 받았기 때문만 아니라, 텐트-메이커라는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로 인해 진실한 사도 혹은 선교사가 아니라는 비난을 받았다(고전 9장).
하지만 그는 여러 지역교회의 성도들에게 보낸 그의 서신을 통해 수많은 순회전도자들이 있었던 초대교회에서 자신의 자비량 선교에 대해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였다(살전 2:7-12, 엡 6:5-9, 골 3:17, 22-25).
“형제들아 우리의 수고와 애쓴 것을 너희가 기억하리니, 너희 아무에게도 누를 끼치지 아니하려고 밤과 낮으로 일하면서 너희에게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였노라”(살전 2:9)

직업은 선교를 위한 하나님의 ‘그릇'이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이 주신 그 직업이라는 그릇을 가장 귀히 여긴 선교사요, 목회자요, 전문 직업인이다. 그는 밤과 낮으로 일하면서 아시아 지방과 로마까지 복음을 전한 위대한 개척자요 강한 도전 정신의 소유자였다. 이것은 그의 가르침의 진실성과 그를 따르는 선교사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복음 전파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일했다. 또한 더 많은 사람을 얻기 위해 스스로 텐트메이커가 되었다. 사도 바울이 결혼을 포기한 이유도 자신이 가야할 이와 같은 고난의 삶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믿어진다.

직업을 선교 사역의 비전
지역교회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직장인 형제자매들에게 바울의 모본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자고 도전하고 싶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오늘날의 교회를 마음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사도 바울을 통해 일하셨다. 사도 바울의 이러한 자비량 선교 정신은 오늘날 직업을 가지고 선교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전과 용기가 되고 있다. 모든 성도들은 전도와 노동을 병행하여야 하며, 이것이 진정한 직업 선교사의 자세이다.

이 시대에 필요한 시장성 있는 기술을 갖고 다양한 문화권에서 일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지 아니하는 자비량선교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사도 바울의 사역을 통해 본 직업선교사는 삶의 직업현장에서 자신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하는 선교에 헌신된 그리스도인이라 정의할 수 있다.

오늘날 사도 바울은 우리에게 두 가지 형태의 선교 사역을 제시하고 있다. 재정후원을 받지 않고서는 사역이 불가능한 선교사들은 교회와 성도들을 통해 후원을 받고 전심으로 최선을 다해 사역하라고 했고, 또한 후원이 단절될지라도 완전히 자비량이 가능한 직업선교사를 통해서 이들과 조화 있는 사역을 이루라고 했다.

21세기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선교사의 신분으로 입국을 거부하는 ‘선교 제한지역'은 120여 개국에 달하며 그에 속한 인구는 30억 이상이나 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전문적 직업인'의 신분이 아니면 접근이 불가능한 지역이다. 특히 이슬람권은 직업을 가지고 그곳 사회에 정착 및 생활하면서 복음을 전하는 ‘전문 직업선교사'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다. 목수의 직업을 가지고 이 땅에서 자신의 삶을 드리신 주님을 본받아 2000년 전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 세계선교의 비젼을 이루었던 사도 바울의 선교전략과 모범적인 삶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며, 현대의 선교 사역에 접목시키는 지혜를 하나님은 지금 요구하신다.

전충환(부산연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