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게 젊은이, 그만 열내고 자리에 앉게나, 만약 하나님께서 이방인들을 개종시키려고 한다면 자네나 우리 도움 없이도 얼마든지 하실 수 있을 걸세.” 이것이 선교열정에 불붙은 청년 윌리엄 캐리가 한 모임에서 해외선교의 필요성을 역설했을 때 그 자리에 있던 한 노목사의 충고였다. 이런 식어진 18세기 영국의 교회들을 향해 불을 붙인 것이 바로 윌리엄 캐리의 선교였다. 그는 그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 그 일을 향해 바울처럼 묵묵히 자비량하면서 ‘인디고 공장'의 감독으로 일하면서 인도를 위해 헌신한 그의 헌신이 현대 선교를 연 놀라운 발걸음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미 선교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수많은 선교사들이 수많은 나라에서 보이게, 보이지 않게 놀라운 헌신의 일들을 감당하고 있다. 그들은 오직 주님의 부르심에 단순한 마음으로 순종하여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행 1:8) 복음을 전하기 위해 달려 나갔다. 그리고 그들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의 열매들을 주님은 거두셨고 복음은 이렇게 수세기를 거쳐 전세계에 퍼져 나가고 있다. 이전 세대부터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선교'란 헌신된 소수, 그리고 전임으로 사역하는 사람들만이 감당하는 일이라고 믿어왔다. 여러 교단에서도 전문적 선교 훈련을 받은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선교의 전략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교회사 속의 선교의 역사를 살펴보자면, 선교의 살아있는 역사는 많은 경우 ‘직업 선교'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것은 참으로 흥미롭다. 오늘날 ‘선교'라고 하면 허드슨 테일러식의 선교방식을 먼저 떠올리는 우리로선 한번쯤 검토하고 지나가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형 선교에 있어 다시금 [직업선교]를 이야기하는 것은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한 절실한 필요성 때문이다. 처음부터 이방인 선교의 장을 열었던 바울은 우리가 잘 아는대로 ‘장막 짓는 이'였다. ‘Tent-maker'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일하면서 복음을 전하고 말씀을 가르쳤던 사람이었다. 밤낮 일하면서, 또한 밤낮 설교했다. 그래서 바울의 모형을 따서 우리는 직업선교라는 말을 ‘Tent-making'(전문인선교, 직업선교)라고도 표현한다. 물론 바울 당시에도 full-time으로 복음을 전하는 일군들이 많았지만, 바울은 적어도 복음전파의 한 모델이 되기에 충분했다. 앞서 언급했던 윌리엄 캐리 보다 이미 반세기 전에 교회사에 큰 획을 그었던 일단의 그룹이 있었다. 경건한 사람들이었던 그들을 우리는 [모라비안]이라고 부르는데, 1727년 독일 헤른후트(Hernhurt)에서 진젠도르프 백작(Court Zinzendorf, 1700-1760)의 지도하에 모라비안 선교회가 탄생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18세기에 유럽의 교회들이 영적 침체에 빠져있을 때, 외부 세계로 선교사를 파송했다. 그들의 선교방식이 바로 직업선교의 형태였다. 그들은 계속해서 주로 평신도 선교사들로서 세계의 가장 어려운 지역으로 나아갔으며, 1930년까지 세계 14개국에 약 3,000여명의 선교사를 파송했다. 이는 통계적으로 모라비안 12명 중에 1명 꼴로 선교사로 나간 셈이다(놀라운 일이다! 100명이 모이는 교회라면 8명 정도를 해외로 파송한 셈이다). 그들은 당시의 많은 박해와 핍박을 피해 1722년 쿤발트(Kunwald)마을 리티쯔(Lititz)성에서 진젠도르프 백작의 영지인 베르셀스도르에 들어와 ‘주님의 집'이란 뜻으로 “헤른 후트”(Hern Hut)라는 모라비안 선교본부를 세운 후 10년 만에 호주를 제외한 전 대륙을 개척하였다. 그들의 사역의 한 예를 들자면, 그린랜드에는 묘지 관리인인 크리스천 데이빗(Christian David)을 지도자로 세 명의 선교사가 개척자로 나갔는데, 그들이 그린랜드행 배를 타기 위해 코펜하겐에 갔을 때 사람들은 다 비웃고 조롱하였다. “무식한 평신도가 가서 무엇을 하겠는가? 그런 얼음 땅에서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에스키모인들에게 의해 살해되거나 굶어 죽고 말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에스키모인들과의 거래를 통해서 번 수입으로 생활을 했고, 그곳의 생활 속에서 조용히 주님을 증거했다. 그래서 구원받는 열매를 얻었고, 여러 핍박과 고난 속에서 1881년까지 19명의 순교자들이 나왔지만 이들의 희생을 통해서 1,545명의 에스키모 영혼들이 구원을 받았다고 기록되고 있다. 모라비안들은 선교 임무의 크기에 비해 지원되는 헌금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복음 증거의 기회를 부여해 줄 수 있는 사업을 시작하는 전문인 선교를 취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윌리암 댄커(Dr. William Danker)는 “모라비안들이 가장 큰 공헌을 했던 내용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다 선교사이며, 일상 직업 생활 속에서도 복음 증거를 해야 된다고 강조한 데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인 직업선교는 일터에서 그들의 신앙과 삶의 모습을 현지인들에게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직업선교]의 개념은 분명 낯설거나 새로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에게는 새로운 패러다임임에 틀림없다. 전통적인 선교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의 사고에 있어서 전임 사역자나 전임 선교사에 의하지 않은 평범한 성도들에 의한, 그것도 ‘교회 개척'을 주된 목표로 하지 않는, 직업을 통한 선교라는 것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세계 전체를 향해 눈을 돌리면서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직업선교에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간단한 예로서 오늘날 이슬람권에 공식적인 선교사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누가 그곳에 가서 무슬림들에게 복음을 전할 것인가? 전하는 이가 없다면 구원받을 수 없을텐데, 다가갈 수조차 없다면 어찌 전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그런 영혼들에게 ‘전문인'들은 얼마든지 거부감 없이, 제약 없이 나아가서 삶을 통해, 사랑을 나누면서 복음을 교제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분명 오늘날 직업선교는 필연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다. 첫째로 앞서 언급한 이슬람권처럼 ‘전임 사역자나 선교사가 들어갈 수 없는 나라가 이 땅에 아직 3/4이 있기 때문'이다. 랄프 윈터 박사에 의하면 미전도 부족은 1980년대에 17,000여 그룹의 약 27억 인구로 추산되었고 최근에는 이 숫자가 12,000여 그룹의 약 22억 인구로 그 수치가 수정되었지만 여전히 엄청난 숫자다. 미전도 부족은 대부분 정상적인 선교사가 들어갈 수 없는 지역에 소재하고 있어서 이런 지역의 침투를 위해서는 결국 전통적인 선교 방식으로는 가능치 않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둘째로, 후원에 있어 전문인 선교는 ‘자비량 사역'이다. 바울의 모델에서처럼 이것은 선교 초기 단계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앞선 모라비안들의 역사가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셋째, 전문인 선교는 그 선교지에서의 ‘사회적, 문화적 필요'를 함께 충족시켜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진다. 과거 한국의 개화기에 큰 학교와 병원들은 다 서양선교사에 의해서 세워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예수님이 증거 되었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전문인들은 단순히 선교지에서 [교회]를 세우는 일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복음을 전하고 그 복음의 열매들로 자연스럽게 교회가 형성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그들의 전문적인 직업으로 사회에 봉사하는 일을 한다. 그리고 그 사회적인 기여를 통해 복음이 쉽게 전파될 터를 닦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회문화적인 기여는 그 지역사회에 기독교의 이미지를 한층 나은 것으로 만들어 갈 수도 있다. 필자는 모임의 과거 역사들에 대해 비록 무지하지만 알려진 조금의 지식들을 통해 적어도 과거의 신앙의 선배들은 선교의 헌신자들이었고, 기독교계 전체에 큰 영향을 끼쳤던 사람들이었음을 알고 있다. 구두 수선공 윌리엄 캐리를 시작으로 치과의사였던 그로브스, 에콰도르에 뼈를 묻었던 젊은 엘리엇의 헌신 등은 오늘을 사는 우리를 너무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적어도 이제 우리는 선교에 대한 편견과 제한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아직 ‘선교의 폭'이 좁다. “누가 선교사로 나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없다. 다분히 개인적인 소명에 의한 역사들뿐이다. 선교사가 특별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선교'란 것은 참으로 특별한 사람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성경을 다시 살피고, 교회 역사를 다시 살피고, 우리의 현실을 다시 살펴서 하나님이 이 시대에 원하는 바른 복음 전파의 사명을 회복해야 하겠다. 예루살렘으로부터 땅끝까지 이르는 이 장대한 하나님의 일에 모두가 팔을 걷고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직업 선교]에 대한 바른 이해는 우리의 가치관을 바로 잡고, 잠들어 있는, 방황하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정표를 제시하는 중요한 일이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앞으로 직업선교에 있어 꼭 필요한 요소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전통적 선교방식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하나님의 일은 획일적이지 않다. 심지어는 너무 선교를 강조하다보면 국내 선교에 대한 가치를 약화시키는 때도 있다(물론 그 반대로 ‘아직 국내도 다 전도를 못했는데 무슨 선교냐?'고 외치는 것도 결코 성경적인 태도는 아니다). 그와 같이 직업선교에 너무 초점을 맞추다보면 그것만이 가장 좋은 선교전략이라고 잘못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교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하나님이 쓰신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자비량 선교사였던 바울이 있었던가 하면, 전심으로 일하던 많은 일군들이 있었던 것처럼 하나님은 이 사람들을 통해서도 일하고 저 사람들을 통해서도 일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하나님께 순종함으로 ‘한 목적' 곧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직업관을 먼저 확립해야 한다. 오늘까지 직업선교가 약했던 이유는 바로 ‘이원론적' 신앙관으로 인한 잘못된 직업관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주일날에 교회에서 하는 일은 주님의 일이고, 나머지 6일의 일은 세상의 일이라는 개념이 아직도 성도들에게 남아있는 한 직업선교는 요원하다. 그러나 이제는 성도들을 ‘삶의 현장에 파송된 현장 사역자'라는 개념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요구된다. 그리고 직업은 결코 단순히 삶을 영위하는 도구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님의 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일터에서 잠깐 쉬는 시간에 성경 보는 것만이 경건한 삶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것 자체가 경건한 삶이라는 것을 인식해야만 그 연장선상에서 전문인 선교에 대한 바른 이해를 할 수 있다. 주님을 위해 전문인으로서 준비되는 것은 이제는 다양한 하나님의 일에 다양한 선교사로서, 사역자로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추는 일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모든 성도가 사역자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엡4:11-12). 만인 제사장직의 분명한 인식이 삶의 현장에서도 필요하다. 사역과 선교는 특별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가 먼저 직장에서 열심히 생활함으로 구약의 요셉처럼 ‘하나님의 손이 함께 하시는 것'을 보이는 것 자체가 복음의 빛을 비추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복음은 말로서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성도들은 ‘현장 선교사'라 할 수 있다. 주부는 그 선교현장이 가정이 될 것이요, 회사원은 자신의 회사가 선교지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파송된 사람으로서의 자각을 가지고 주님의 일군으로 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삶의 기초 위에 덧붙여서 하나님이 나를 미전도 종족에게나 오지로 보낸다면 기꺼이 그곳을 내 삶의 현장으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면 ‘직업 선교'는 놀랍게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팀으로서의 선교개념을 중시해야 한다. 모임의 선교스타일이 개인적인 선교형태에 많이 익숙해져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분들은 선교후원회를 달가와 하지 않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초대교회의 선교역사 자체가 ‘팀선교'라는 점이다. 바울은 혼자 파송 받고 나간 것도 아니요, 혼자서 일하지도 않았다. 항상 ‘우리'라는 그룹의 개념으로 복음을 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점점 복잡해져 가는 21세기 선교현장에서도 동일하게 요구되는 선교형태이다. 너무도 많은 이들이 허드슨 테일러가 홀로 중국으로 건너간 사건에만 시선을 두고 감동 받지만, 그 이후에 하나님이 이루신 역사에 대해서도 눈을 돌려야 한다. 그에 의해 세워진 ‘중국 내지 선교회'를 통한 수많은 활동들과 열매들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역사였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가 주목해야 할 선교는 분명 ‘함께' 동역하는 팀선교일 것이고, 그것은 전문인 선교 또는 직업선교의 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주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접근과 좀더 시간을 요하는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모든 사람에게 하나님께서 선교의 책임을 맡기셨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선교의 책임을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감당하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고, 가르쳐주고, 기회를 주는 것이 교회의 책임일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바른 직업관을 성도들에게 심어주어야 하고, 바른 동역의 개념을 훈련 시켜야 하고, 바른 사역의 삶을 살도록 성도들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그러할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을 통해 놀라운 역사를 이루어 가실 줄로 믿는다. 최기관(구미인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