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 죽는 것을 여호와께서 귀중히 보시는도다”(시 116:15) 2000년 4월 28일~ 5월 15일까지 2주간 남짓 한국을 방문하신 것이 지상에서의 마지막 기회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단단해 보이는 체격에, 동그랗고 통통한 얼굴에, 까만 머리카락에, 미소가 넘쳐 흐르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30여년 전으로 돌아가서, 1971년 4월 4일은 아현동 교회(지금의 서대문 교회)가 모이기 시작한 날입니다. 당시 서울에 유일한 모임이었던 노량진에서 최초로 분가한 모임이었는데 어언 30년이 흘렀고 때마침 예배당 건물을 매입하여 헌당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 뜻깊은 자리에 이형제님을 초청하여 5월 11일 서대문 교회에서 회고와 교훈을 남기신 것이 고별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때 송파, 노량진 경인 세미나, 도봉, 대전, 부산 서면(연제), 영등포, 용인 모임들을 순회하신 것이 고국 산천과 성도들을 마지막으로 만나보신 기회였습니다. 귀국후 얼마 지나지 않아 폐암으로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리고 호전되고 있다는 소식과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엇갈리는 사이에 2002년 9월 9일 이른 아침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는 헤어지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갑자기 헤어지리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어리석음 때문에 형제님을 예사롭게 만났다가 예사롭게 헤어진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형제님은 1938년생으로 천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셨습니다. 천안에서 진천 방향으로 가다 보면 병천을 지나 동면이 나오는데 옛날 임진왜란때 수만명이 무사히 피난했다 해서 ‘두만이'라는 마을이 있을 만큼, 예로부터 피난처로 손꼽히는 (진목지간- 진천에서 천안 사이를 일컬음), 평화로운 고장입니다. 제대한 후 숭실대 영문과에 복학하여 만학도로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던 무렵 하진승 형제님이 문리사대(명지대 전신)를 마치고 숭실대에 편입해 왔습니다. 하진승: 이형, 구원 받으셨습니까? 이종경: 구원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진승: 거듭 나셨습니까? 이종경: 날마다 거듭나려고 노력합니다. 당시 이형제님은 이미 8년여 교회생활을 하는 중이었고 세례 교인으로 새벽기도에 열심이었으며 함석헌 선생의 씨알 농장에서 봉사한 적도 있는 터라 자타가 신앙인으로 공인했습니다. 그 후, 을지로 6가 2층 다다미 방에서, 갈월동에 있던 노동회관에서, 가정교사를 하고 있던 방에서, 숭실대 기숙사에서 복음을 듣고 또 들었습니다. 1964년 3월, 엠마오에서 발행한 전도지로 요한복음 3장 16절을 상세히 설명한 ‘당신께서 꼭 아셔야될 말씀'을 읽는 동안에 자신이 죄인이며 멸망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과 함께 그리스도께서 이루어 놓으신 사실을 확실히 믿게 되었습니다. 할렐루야! 요한복음 5장 24절에서 영생을 얻었고 심판을 받지 않는다.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겼다는 사실을 확증했습니다. 그 후, Mr. Lee라는 호칭이 Br. Lee로 바뀌었고 강태훈 형제님의 집례로 한강에서 침례를 받았습니다. 이듬해(1964년) 졸업한 후 천안에 내려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James 선교사와 천막 전도집회 동역 제의를 받고 서울에 올라와 함께 기거하면서(상도동 국민주택23호) 김수자 자매님을 만나 수양회 기간중이었던 1965년 1월 13일, 불광동 기독교 수양관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이 무렵 토쿄 올림픽을 전후해서 Kirk, Dunham, Roller, Fizer 등 여러 선교사들이 속속 입국했고 따라서 동역자들도 많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1966년 한국에 온 원던함 선교사와 위로라 선교사가 그 해 8월, 중앙우체국에 사서함을 개설하고 엠마오 성경통신 강좌를 시작하게 되자 박준형 형제님과 더불어 강좌를 번역하고 순회전도에서 통역하는 등 긴밀하게 동역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동역은 1974년 3월 30일 미국으로 떠날 때까지 계속되었으며 이 시기에 발간된 전도지와 강좌들은 복음의 불모지에 흡수되어 영혼들을 얻고 모임의 진리에 순종하는데 실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미국으로 떠나신 후 California의 Sacramento에 정착하여 미국 성도들과 함께 모이면서 한국인들을 위한 모임을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형제님은 한국을 떠나신 후 근 30년동안 다만 네 차례 한국을 방문하셨고 방문 기간도 짧았으며 자매님도 함께 오실수 없는 형편이어서 그 때마다 바쁘고 힘겨운 여행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입사했던 회사에서 부르심을 받을 때까지 주님께 하듯 충직하게 일하셨고 2남 1녀를 양육하시면서 모임을 돌보시는 일에 마치 옮겨 심어놓은 나무처럼 묵묵히 섬기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형제님은 한시도 한국과 한국에 있는 성도들을 잊지 못했고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소식을 자세히 들으셨고 느헤미야처럼 근심하고 슬퍼하며 화해와 협력과 동역을 위해 마음을 쓰셨습니다. 여기에 장례식의 조사 한 구절을 인용합니다. “한국 모임을 시작한 씨앗들 가운데서 주님은 특별히 형제님에게 교회진리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셨습니다. 교회를 변질과 타협에서 보호하라는 사명을 주셨기에, 몇년 전 한국을 방문하시고 오셔서는 많이 변질되고 성령님이 주관하지 않으셔도 일들이 잘 진행되고 있는 모임들을 많이 걱정하시며 늘 기도하셨는데, 결국 새로운 부흥이 모임에 일어나는 것도 못 보시고 이렇게 훌쩍 떠나셨군요.” 모임의 초창기에 크게 수고했던 선배들의 터 위에 서있으면서도 우리에게는 잊혀져있던 그리고 잊혀질 형제님을 회상하면서 무정한 세월 속에 덧없는 인생을 새삼느끼게 되지만 주님이 말씀하신 바 “보라 내가 속히 오리니 내가 줄 상이 내게 있어 각 사람에게 그의 일한 대로 갚아 주리라”(계22:12)는, 변치 아니하는 약속에 형제님과 우리 모두의 소망을 든든하게 붙잡습니다. 끝으로 이형제님이 최초로 한국에 방문하셨을 때 말씀하셨던 내용 일부를 옮깁니다. - 메시지 “12년만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어 한국의 형제 자매님들을 뵈오니, 뵙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저는 1974년 3월 30일 토요일 오후 7시에 형제자매들의 환송을 받으며 김포공항을 떠나 동일 동시에 Los Angeles에 도착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짐작이 가시겠지요? 그 후에 California 주의 청사 소재지인 Sacramento에 정착하여 미국 형제들과 함께 모이면서 한국인들에게 전도하여 한국인 모임이 개척되었습니다(20여명). 미국인 모임에서는 한국인 모임을 위하여 집회장소를 증축하는데 협력하였습니다. 여러 형제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박형을 통하여 뉴욕 모임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 동부의 New Jersey에는 몇몇 형제자매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미국 남쪽 Arizona 주의 Phoenix에는 한수동 형제를 중심으로 전도하던 중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어찌나 더운지 달걀을 길에 두면 익을 정도라는 농담을 합니다. LA에 수십만, San Diego에 8만, San Jose에 수만, San Frnacisco에 10만의 한국인들에게 복음과 모임의 진리가 뿌려져야 하겠습니다. 캐나다 Alberta주 Calgary는 석유의 산지인데 최친수, 정형모를 비롯하여 먼저 그곳에 간 50여 성도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Washington의 Seattle에도 수만의 한국인이 살고 있습니다. 캐나다 중부의 Calgary에서는 Edmonton에 모임이 설립되기를 기도하고 있는데 그곳에는 두 형제가 있습니다. 그밖에도 Brazil, Paraguay등지에도 개척해야 할 짐을 느끼고 있습니다. 서독의 Berlin 등지에도 여러 성도들이 있으며 지속적으로 돌보아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이제 한국에서는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국인들의 전도를 위해서, 신약교회의 설립을 위해서, 선교사를 파송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는 말씀이 저에게는 역으로-거꾸로 적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는 문자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한국에 와서 중복된 여름 수양회 프로그램을 보았을 때,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정이 중복되지 않는 다양한 집회에 가급적이면 강사도 상호간 교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송 찬 호(서대문교회) 이종경 형제님을 보내드리며,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사는 것이니, 주님만을 의지하여 사시오!” “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하나님의 말씀을 충분히 묵상하고 네 것이 된 후에만 -- 그것을 증거하여라!” 형제님께서 이 땅을 떠나시며 식구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기신 이 말씀들은 1961년 주님 안에 들어오신 후 2002년 9월 9일 저녁 7시 주님께로 돌아가실 때까지 형제님이 이 땅에서 친히 보여주신 삶의 간증이었습니다. 이것만이 주님을 능력있게 증거할 수 있음을 늘 체험하시었기에 그렇게 간절히 마지막 유언으로 남기고 가셨군요. 한국 모임을 시작한 씨앗들 가운데서 주님은 특별히 형제님에게 교회 진리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셨습니다. 교회를 변질과 타협에서 보호하라는 사명을 주셨기에, 몇년 전 한국을 방문하시고 오셔서는 많이 변질되고 성령님이 주관하지 않으셔도 일들이 잘 진행되고 있는 모임들을 많이 걱정하시며 늘 기도하셨는데, 결국 새로운 부흥이 모임에 일어나는 것도 못보시고 이렇게 훌쩍 떠나셨군요. 1974년 주님께서 불모지와 같은 미국으로 당신을 인도하셨을 때, 아내와 세 자녀를 데리고 아브라함처럼 믿음으로 단돈 백불을 갖고 이곳에 오셔서 갖은 고생을 다 하셨지만, 그 환한 웃음과 사랑으로 교회를 섬기며 영혼들에게 복음의 씨를 뿌리는데 당신의 삶을 바치신 형제님은 진정한 승리자이므로 주님께서 지금 당신의 머리에 기쁨으로 씌워주셨을 생명의 면류관을 받기에 참으로 합당하십니다! 사랑하는 이 형제님, 이제는 암으로 고생하시던 그 육신을 다 벗어버리고 그토록 사모하던 주님과 먼저간 성도들을 친히 뵙고 너무 기뻐하시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영광만이 가득한 그곳에서 기쁨과 찬양으로 영원히 주님과 함께 거하십시오. 저희들도 형제님의 발자취를 따라 이 나그네 길을 가다가 주님이 부르시면 천국에서 기쁨으로 뵙겠습니다. 2002년 9월 9일(월) 한 나그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