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건(James Gunn)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계시자이시며, 또한 하나님 본체의 형상이시다.

우리는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원하셨다고 추측하거나, 혹은 성경이 그분을 그와 같이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에만 그치고 있지는 않습니까? 후자는 확실히 진리입니다. 이사야는 메시야에 대해서 “한 아기(a child)가 우리에게 났고(그리스도의 인성) 한 아들(a Son)을 우리에게 주신 바 되었는데(그리스도의 신성) 그 어깨에는 정사를 메었고 그 이름은 기묘자라, 모사라, 전능하신 하나님이라, 영존하시는 아버지라, 평강의 왕이라 할 것임이라.”(사 9:6)고 기록했습니다. 그리스도의 성품에 대한 얼마나 놀라운 계시입니까!

“영존하시는 아버지”는 다양하게 번역되고 있습니다. 벌게이트 역본에서는 “미래 시대의 아버지”로 번역되었습니다. 다른 번역본에서는 “영원 시대의 아버지”, 그리고 “영원의 아버지”로 번역되기도 했습니다. 분명코 하나님의 아들은 아버지로서 영원 세계의 근원이십니다. 이 호칭은 얼마나 힘이 있습니까! 만일 영원의 근원자를 잉태하는 것이 가능했다면, 그 근원자는 바로 주 예수님이십니다.

미가는 매우 중요한 예언을 했습니다: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 족속 중에 작을지라도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네게서 내게로 나올 것이라 그의 근본은 상고에, 태초에니라(미 5:2).”

프레드릭 탯포드 박사(Dr. Frederick A. Tatford)는 이 구절에 대해 ‘메시야 강림의 예언자'이라는 작은 소책자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예수님이 태어나셨을 때 전혀 새로운 인격이 베들레헴에 존재하게 된 것이 아니다. 영원자께서 성육신되신 것이다. 하나님께서 친히 인간의 몸을 입으신 것이며, 따라서 그 마리아의 아이는 - 앞으로도 항상 그럴 테지만-, 하나님-사람(하나님이면서 동시에 사람이라는 뜻으로, 神人이라고도 한다-역자주)이셨다. 과거 세대에도 계속 존재하셨던 그분이 성육신 가운데 계속 존재하시게 된 것이다.

몇 가지 유사한 진술들이 신약성경에 있습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요 1:1).”

요한이 언급하고 있는 “태초”는 언제를 가리키는가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뒤따릅니다. 창조의 시작을 가리키는 것일까요? 그리스도의 이 땅에서의 삶의 시작점일까요? 아니면 태초가 언제인가는 상관없이, 다만 말씀이 태초보다 선재(先在)했으며, 말씀이 이제 모습을 드러내었다는 뜻으로 추상적으로 사용한 것일까요? 여기서 우리는 그때에 한 인격적인 존재가 선재하셨음을 보게 됩니다. 이 점은 더욱 분명합니다.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처럼 선재하신 분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습니다. “함께”라는 전치사는 말씀과 하나님 사이의 연합과 친밀함을 보여줍니다. 바로 그 분이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던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고 계시되어 있습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교리입니까! 참으로 신성의 선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말씀”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하나님과 연합되고 “말씀”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선재하신 인격체가 곧 하나님 자신이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이 하나님이 육신이 되어 나타나셨습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 1:14)

여기서 “거하시매(tabernacled-장막을 치다)”라는 단어는 지성소(inner room)로부터 피어오르는 영광의 구름 기둥을 가졌던 광야의 성소를 연상시킵니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구주 하나님께서 이 땅에 계실 때에도 그 영광의 구름이 그분에게서 피어올랐습니다.

고대 중국어는 단어들을 죽은 단어와 살아있는 단어라는 두 부류로 나누었다고 합니다. 명사, 형용사, 부사, 전치사 등은 죽은 단어입니다. 여러분은 여러 단어들이 나열은 되어 있지만, 완전한 문장은 못되는 것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반면, 동사는 살아있는 단어이며, 행동의 언어입니다. 동사는 두 번째 부류에 속합니다. 요한복음의 스페인 번역본(1569년판, 1960년 개역판이 가장 최신임)은 1절을 “태초에 동사(The Verb)가 계시니라”로 번역하였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아버지의 사랑, 능력, 그리고 목적의 충만한 나타내심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요한은 또한 우리를 위해 주 예수님의 주장을 기록해 두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아브라함 전부터 내가 있느니라.”는 말씀입니다. 어떤 현대 번역본은 이 구절을“아브라함이 나기 전에 내가 있느니라.”로 번역하는데(예를 들어, 한글 개역 성경의 번역임-역자주), 그렇다고 해서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아브라함과 예수님 사이의 대조는 시작점을 갖고 존재하는 사람과 항상 존재하시는 분 사이의 대조입니다. 이 복스러운 분은 계속적이고 현재적인 존재를 갖고 계신 분이십니다.

유대인들은 즉각적으로 그리스도의 주장을 이해했습니다. 주 예수님이 선한 목자의 비유를 언급하면서 “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니라.”고 말씀하셨을 때에 유대인들이 이해했던 것과 똑같은 이해입니다. 그때 유대인들은 돌을 들어 예수님을 치려했고, 이때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가 아버지께로 말미암아 여러 가지 선한 일을 너희에게 보였거늘 그 중에 어떤 일로 나를 돌로 치려 하느냐 유대인들이 대답하되 선한 일을 인하여 우리가 너를 돌로 치려는 것이 아니라 참람함을 인함이니 네가 사람이 되어 자칭 하나님이라 함이로라(요 10:32-33)” 하신 것과 같습니다.

기독교 시대 4세기경에 알미니안이라고 하는 이단이 일어났습니다. 이러한 이단을 전파했던 아리우스라고 하는 사람은 우리 주님과 연관된 구절들에서 “태어나다(begotten)”라는 단어를 지나치게 강조했습니다. 아리우스는 아버지께서 아들을 낳으셨기 때문에, 아들은 반드시 존재의 시작이 있어야만 하며, 따라서 아버지보다 열등한 존재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알미니안 이단은 정죄되었으며, 아리우스는 니케아 공의회 결정에 따라 교회에서 출교되었습니다(AD 325).

소위 여호와의 증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교리 가운데 하나는 4세기에 있었던 아리우스주의의 재탕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현대의 이단은 사도 바울이 쓴 “모든 창조물보다 먼저 나신(골 1:15)”이란 구절에 거룩치 못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들은 아버지께서 아들을 창조하셨고, 아들이 모든 피조물을 창조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나머지 구절을 무시하는데, 사실 이 구절들이야말로 기독론의 위대한 구절입니다.

“만물이 그에게 창조되되 하늘과 땅에서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과 혹은 보좌들이나 주관들이나 정사들이나 권세들이나 만물이 다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고 또한 그가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이 그 안에 함께 섰느니라(골 1:16-17).”

그리스도는 피조물 가운데 하나가 아닙니다. 그리스도는 모든 피조물보다 선재하신 분이십니다. 게다가 “아버지께서는 모든 충만으로 예수 안에 거하게 하시”기를 기뻐하셨습니다. 2장에는 이와 관련하여 더욱 분명한 의미를 가진 진술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고.(골 2:9)”

이러한 이단들은 성경에서 “먼저 나신 자(firstborn)”라는 호칭을 교묘하게 곡해합니다. 먼저 나신 자(firstborn)라는 명칭은 당연히 말 그대로 여자가 낳은 아이 중 첫째라는 의미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이스라엘이 노예 생활에서 해방되던 때, 애굽에 내려진 마지막 재앙은 모든 장자(firstborn)들의 죽음이었습니다. 주님은 “애굽 가운데 처음 난 것(firstborn)은 위에 앉은 바로의 장자로부터 맷돌 뒤에 있는 여종의 장자까지와 모든 생축의 처음 난 것이 죽을지라(출 11:5).”고 선언하셨습니다.

그럼에도 이 명칭은 성경에서 비유적으로도 사용되었습니다. 이 명칭의 사용은 최상의 것, 가장 최고한 정도를 나타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님은 이스라엘 민족을 설명하면서 이 단어를 사용하셨습니다

“여호와의 말씀에 이스라엘은 내 아들 내 장자라(firstborn)(출 4:22).”

이 말씀이 이스라엘이 최초의 민족이라는 뜻할 수는 없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존재하기 이전에 이미 많은 민족이 있었고, 심지어는 제국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 말씀은 이스라엘 민족이 하나님의 마음에서 가장 우위의 자리에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다음의 시편 말씀을 통해 확증됩니다:

“내가 또 저로 장자(firstborn)를 삼고 세계 열왕의 으뜸이 되게 하며(시 89:27)”

이스라엘보다 더 위대한 민족은 없을 것입니다.

빌닷은 욥의 말에 대답하면서 파괴적인 질병을 가리켜 “사망의 장자(firstborn of death)”라고 불렀습니다. 빌닷은 이처럼 치명적인 질병을 다른 질병들보다 더 심한 것으로 구별했는데, 모든 죽음 중에서 가장 비참한 죽음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사야 또한 장자라는 말을 모형적인 의미로 사용합니다:

“가난한 자의 장자(firstborn)는 먹겠고 빈핍한 자는 평안히 누우려니와 내가 너의 뿌리를 기근으로 죽일 것이요 너의 남은 자는 살륙을 당하리라(사 14:30).”

이 예언은 대적이 멸망을 당한 후, 가난한 자 가운데 가장 가난한 자조차도 풍족히 먹게 될 것을 극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러한 비유적인 용례들 가운데, 그리스도께서 다른 모든 것보다 절대적으로 뛰어나신 분이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스도는 모든 사람을 능가하십니다.  모든 피조물보다 위에 계시며, 피조 세계를 초월해 계시기 때문에 그분은 “모든 피조물보다 먼저 나신 분”입니다. 그분은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 위에 으뜸이십니다.

같은 방식으로 주 예수님은 또한 죽은 자들 가운데서 먼저 나신(firstborn) 분이십니다(골 1:18, 계 1:5).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 잠자는 자들의 첫 열매(firstfruits)가 되셨습니다(고전 15:20). “먼저 나신 자(firstborn)”와 “첫 열매(firstfruits)”라는 말은 같은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는 친히 만물의 으뜸이 되려 하심”(골 1:18)입니다. 부활에서도 으뜸이시며, 다른 모든 것들에서도 으뜸이십니다. 진실로 그리스도는 으뜸이십니다.

율법 아래서 장자는 기업을 받았으며, 족장으로서의 특별한 축복을 받았습니다. 장자는 자기 형제들 위에 우위권을 갖습니다. 장자는 또한 지상의 제사장으로서 신분을 가지며, 두 배의 분깃을 받았습니다. 이는 완전한 장자이신 우리 주님에 대한 얼마나 놀라운 그림자인지요!

히브리서 기자는 교회를 가리켜 “장자들의 총회와 교회”(히 12:23)로 말했습니다. 우주적인 교회의 지체들은 광휘와 영광 가운데 존귀한 존재입니다. 은혜가 성도들을 구별했으며, 하나님의 목적 가운데 첫 번째 자리 곧 으뜸의 자리를 주었습니다. 이 하나님의 권속들은 얼마나 경이로울까요!

“하나님이 미리 아신 자들로 또한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하여 미리 정하셨으니 이는 그로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이 되게 하려 하심이니라”(롬 8:29)

모든 신자들은 하나님의 아들의 형상을 본받도록 정해져있는데, 그 하나님의 아드님은 많은 형제들 가운데 으뜸이 되실 것입니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되었지만 타락으로 인해 그 형상이 손상되었습니다. 우리는 창세기에서 아담이 자기 모양, 곧 자기 형상과 같은 아들을 낳았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창 5:3). 그리스도의 구속의 역사로 말미암아 하나님은 모든 신자들에게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시는 일을 하십니다(롬 8:29). 하나님의 가족 된 모든 신자들은 머지않아 주 예수님을 닮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