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을 부리기 위해서 사용되는 마구(馬具)에는 크게 세 가지이다. 먼저 말에 올라앉기 위한 기구인 안장 및 관련부품, 등자(발걸이), 그리고 이들을 매달기 위한 기구인 혁대와 고리 등이 있다. 두 번째는 말을 부리기 위한 기구인 재갈, 고삐, 굴레 등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타 장식용구인 각종 수식(垂飾), 말띠드리개, 말띠꾸미개, 말방울류 등이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펴본 마구 중에서 서구 중세시대의 역사를 바꾸어 놓은 것이 있다. 재미있게도 등자, 즉 발걸이가 중세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이것이 어떻게 역사를 바꾸었을까?
당시 팍스 로마나(Pax Romana)로 서구 세계를 지배했던 로마가 몰락하자, 중앙유럽에는 패권 다툼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 가운데 게르만 부족인 프랑크인들이 있었다. 세계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에 뛰어든 것이다. 그런데 당시 그 족장이었던 샤를 마르텔은 아시아에서 전해진 것을 개조해 등자를 발명해냈다.
큰 변화가 일어났다. 등자를 이용해서 말을 타면서 떨어지는 사람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방향을 조절하는 기능도 훨씬 쉬워졌다. 이로 인해 샤를 마르텔은 다른 주변 부족들과의 전쟁에서 연전연승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등자는 단순히 새로운 무기나 전투대형처럼 군사력을 강화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전체 군사전략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등자의 힘에 의해 말을 탄 ‘기병'들이 전투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샤를 마르텔은 자신이 도입한 이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쳐 사회를 변화시켰는가를 당시에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기병들을 지원하기 위해 샤를 마르텔은 새로운 지주 계급을 만들었고, 그들에게 땅을 주어 병사들과 말들을 거느리고 훈련시킬 수 있는 충분한 수입을 보장해 주었다. 이를 위해 그는 카톨릭 교회가 소유한 엄청난 땅을 몰수했고, 그 후로 중세교회와 국가 사이의 관계는 영원히 바뀌게 되었다….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샤를 마르텔은 농부들이 왕뿐만 아니라 기사로 불리게 된 지주들에게도 복종하도록 하는 사회 정치제도를 만들었다. 이렇게 되다보니 봉건제도가 만들어졌고, 공작-후작-백작-자작-남작의 계층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정말 사소한 등자의 발명이 가져온 엄청난 효과에 대해 사학자인 린 화이트는 중세의 발명품 중에서 원래 목적했던 바를 뛰어 넘어 사회전체에 영향을 준 등자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등자처럼 매우 간단한 발명품이 역사에서 그렇게 큰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이상 “한번 보면 이야기 책”. 서진영 지음에서 발췌)

이 이야기를 100% 인정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 인터넷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에는 많은 부분이 그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현재 인터넷의 필요성과 그 중요성은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거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 깊숙하게 인지되고 있다. 군사용으로 개발된 컴퓨터가 지금은 모든 산업 부문에서 이용되고 있으며, 처음 발명된지 50년이 안되어 정부 공공 기관이나, 연구기관은 물론 은행, 병원, 항공사 심지어 동네의 작은 가게에까지 그 영향이 미치지 않은 부분은 없으며, 일상생활의 양식까지도 송두리채 뒤바꾸어 놓았다. 중세의 등자는 이제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는 이름으로 벌써 우리에게 많은 영향과 변화를 가져다 주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더욱 급속히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세상 속에서 현재 교회의 현 주소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다. 6년전(1997년) 필자가 처음으로 인터넷 선교사역을 했을 당시만 해도, 컴퓨터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심지어는 사단의 도구라며 심하게 질책하던 분도 있었다. 물론 그분도 지금은 인터넷과 이메일을 잘 사용하고 계신다. 물론 지금은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많은 교회들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고, 준비하고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한 때 교회 안에서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사역을 한다는 외침 속에서 각 교회마다 유행처럼 홈페이지를 만든 적이 있다. 큰 교회든, 작은 교회이든 뚜렷한 목적 없이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그러다보니 검색 사이트의 종교 코너에서 기독교가 그 중에 90%를 차지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검색사이트에 등록되지 않은 수까지 계산한다면 그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고는 운영은 커녕 관리를 하지 않아서 교회 홈페이지가 음란물의 광고의 장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러하다보니 지금 많은 교회 안에서는 인터넷 사역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이전보다 더 팽배해진 것을 보게 된다.

이제 인터넷 선교의 방향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각 교회마다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그 운영의 목적, 그리고 그 목적을 위해 중단 없이 사역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가 인터넷 선교를 위해 어떻게 준비하여야하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그 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첫째, 교회의 분명한 목적을 가지라. 지금까지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실패했던 이유 중에 하나는 교회가 목적없이 홈페이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교회에서 어떤 한 사람이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져 운영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몇 달이 지나지 않아서 교회 홈페이지에 진짜 거미줄(web)이 쳐 지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인터넷은 많은 장점이 있다. 한 교회가 모든 사역을 다 할 수 없듯이 인터넷 사역도 교회의 특성에 맞게 분명한 목표를 정하면 쉽게 그 열매를 얻을 수 있다.

둘째, 인터넷 전문가 그룹을 형성하라. 교회 사역이 자신의 은사대로 일할 수 있는 것 같이, 인터넷도 은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터넷의 기술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어떤 내용으로 사역을 할 것인지 그 중요성과 책임감을 가지는 그룹을 형성하여 운영을 해야 한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다소 부족함이 있더라도 은사와 그에 따르는 책임감과 성실함이 있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셋째, 연합 사역을 생각하라. 인터넷 사역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적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제까지의 인터넷 사역은 각 교회 별로 별도로 움직이다보니 자원의 낭비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각 교회의 자원은 연합하면 오히려 각 교회의 전문성을 더 잘 나타낼 수가 있다.

넷째, 각 분야별 자료를 디지털화하여 공유하도록 하라. 인터넷의 이용 목적은 자료를 찾는데 있다. 이용자의 측면에서 볼 때 홈페이지의 존재 이유가 된다. 자료의 내용에는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는데, 복음, 선포된 말씀, 성경공부, 선교지에 대한 정보 그리고 주일학교에서의 공과 등등 각각의 자료들을 홈페이지에 잘 정리하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지 않을 것이다.

다섯째, 목적이 없는 홈페이지 또는 전문화되지 못한 홈페이지는 만들지 말라. 많은 교회에서 혼동하는 것은 교회 홈페이지를 만들 때 백화점식의 홈페이지를 구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재정적으로 인력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각 교회별 또는 단체별 그 사역의 특성을 잘 살리면 더 큰 열매를 거둘 수 있다.

여섯째, 중복사역은 피하라. 다른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굳이 중복해서 만들지 마라. 사역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좋으며, 좋은 홈페이지란 많은 자료가 있는 것만이 아니라, 꼭 필요한 전문성있는 자료를 제공하는 홈페이지이다. 필요한 경우 잘 정리된 사이트를 링크하여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일곱째, 중보 기도팀을 두라. 이것은 인터넷 사역이 교회 사역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교회 사역의 한 부분인 것을 인지하고 모든 성도들의 기도로 동역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할 때 그 사역은 쉬지 않고 이어갈 수 있으며, 그 사역의 열매도 개인의 열매로 보지 않게 될 것이다.

첫째,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운영과 관리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처음에 목표를 정하고 사역을 시작하다보면 많은 변수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럴 때 그 목표를 바꾸지 않아도 되는 범위내에서는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크리스챤 투게더”의 홈페이지(http://www.christian.or.kr)의 경우에도 초기에는 ‘복음' 및 ‘묵상'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일반인을 포함한 기독교인들의 ‘상담'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둘째, 자료를 꾸준히 정기적으로 등록함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살아있는 홈페이지라는 인식을 심어 주어야 한다. 한 번 외면당한 홈페이지는 다시는 찾지 않는다.

셋째, 교회 전체가 같은 선교적 목표를 갖도록 마인드를 공유하라.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인터넷 사역과 마찬가지로 한 사람만의 열정으로는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겁다. 계속적인 사역을 위해서는 교회 전체가 한 목표를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훈련, 그리고 동역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인터넷 선교, 이 사역은 모든 교회에게 열려져 있다. 그렇지만 그 사역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낌없는 수고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수고를 아끼지 않는 것은 그 뒤에 열매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밤새 수면을 취하고 있는 동안에도 홈페이지는 우리 한국에, 미국에, 그리고 전세계에 열려져 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인터넷을 통해' 한 방황하는 영혼이 주님을 알고자 하는 마음에서 메일을 보내왔다.

권 영 민(유평교회)